엄마의 선물 평창동 ‘ㄱ’ 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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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물

평창동 ‘ㄱ’ 자 집

 

건축개요

 

건축 용도 단독주택

건축 구조 경량목구조

 

대지 면적 171.5㎡

건축 면적 66.96㎡

연 면 적 195.48㎡

 

층 수 지상 3층

지붕마감 컬러강판

외장 마감 롱브릭타일(두라스택)

 

 

설 계 자 비움비건축사사무소 김병구소장

시 공 자 뉴타임하우징 강대경대표

인테리어 초이스건축연구소 최재철소장

사 진 F64 함명인작가

 

 

건축주는 2023년 5월 건축 세미나에 참석했다.

 

협소한 부지에도 규모 있는 마당을 배치하는 설계자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외부 공간의 프라이버시와 건물을 날씬하게 하여 만족스러운 마당을 풀어내는 내용이었다.

 

년 초에 매입한 대지는 면적이 작아서인지 건축주는 외부 공간을 별로 고민하지 않은 듯했다. 세미나 이후 바로 인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집‘은 건축주의 로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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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은 소요 도로 폭 미달로 인한 건축선 후퇴와 석축이 밀려 들어와 50평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현황도로와 지적도상 도로가 상이하고 오래된 기존 석축의 안정성 문제 등 제약조건이 많은 땅이라서 설계자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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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막다른 골목 끝자락에 위치하여 조용하고 한적한 편이다.

남쪽이 낮고 트여서 볕과 조망 확보에 유리했다.

북쪽으로 도로를 끼고 있어 일조권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도 보였다.

반면 나머지 세 방향은 건물이 위치하여 꽉 막힌 현황이다.

특히 동쪽과 서쪽은 4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이 경계에 바싹 붙어서 프라이버시가 대두되었다.

또한, 현황측량을 해보니 남쪽 아래로 4.5m 높이의 석축이 대지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마당 내기가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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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일(一)자 형태의 남향집을 선호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몸매와 따스한 분위기가 좋아서다.

반면 ‘ㄱ’ ‘ㄷ’ ‘ㅁ’ 자처럼 스스로 음영을 드리우는 형태는 조금 멀리한다.

다만 지금처럼 땅이 협소하거나 프라이버시가 대두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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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자녀 셋을 둔 워킹맘이다.

캐나다 목조주택에 살았던 경험으로 목조주택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가 높다.

전문직(분야 고수다)이라 그런지 많은 부분을 설계 전문가인 나에게 맡겼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으니. (사실 바빠서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다만 자녀 셋을 위한 방과 부부침실, 드레스룸과 서재 공간 등 방의 개수는 많기를 원했다.

사실 한일(一)자 형태의 집은 흔히 보는 뚱뚱한 집과 달리 공간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가운데 복도가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

 

이상 마당 있는 집, 협소한 대지면적, 프라이버시, 방의 개수 등의 문제로 건물은 ‘一‘ 자를 물리고 ’ㄱ‘자 형태로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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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딱딱한 껍질(건물)이 부드러운 속살(마당)을 감싸는 모습을 취하며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다.

 

내부도 위아래 벽체의 위치를 가급적 통일시켰다.

목구조의 시공성과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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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건물 폭을 날씬하게 처리하여 규모 있는 마당을 넣으려는데 주안점을 둔다.

기역(ㄱ)자 형태의 건물배치는 폐쇄적이며 위요(Enclosed Space)된 마당을 그린다.

 

특히 비밀의 정원처럼 도로에서 마당을 전혀 볼 수 없게 했다. 바로 ‘안마당’의 등장이다.

 

외부에서 닫힌 모습으로 집안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마당을 그렸다.

외부지만 맨발로 파자마 차림으로 거닐도록 아늑하고 내부화된 마당이 되기를 원했다.

 

실내공간과 안마당은 향후 쪽마루와 데크를 깔아 유기적으로 상호 관입시킬 계획이다.

마당과 휴게데크 등 외부를 풍성하게 하여 단조로운 건물 형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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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경제성을 고려하여 2층 규모로 계획하였으나 물리적인 용적의 한계로 3층 주택이 되었다.

다락을 둬서 해결하려 했으나 종로구는 다락의 높이규제가 심하여 포기했다.

 

다행히 목조주택은 층수에 따른 시공성이나 공사비 부담이철근콘크리트에 비하면 크지 않다.

참고로 3층 이상, 높이 9m 이상인 건축물은 불에 타지 않는 단열재 및 외장재(실물모형테스트)를 외벽에 사용해야 한다. 구조적인 부분도 그렇고 3층은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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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뼈대가 올라가는 순간 놀라운 장면이 우리를 반겼다. 남쪽으로 북악산이, 북동쪽엔 북한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설계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었다.

마당도 제법 쓸 만 하니 3층으로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이 집 이름은 ‘엄마의 선물’이다.

택호치곤 신선하고 로맨틱하다. 가족회의로 정했다고 한다.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쁜 와중에도 신경 쓴 흔적이 공간 곳곳에 베여 있다.

거실 벽면에 놓인 벽난로는 캐나다에 살던 시절 향수다.

실내 여기저기, 빨간머리앤(Anne of Green Gables)을 좋아하시는 건축주분의 취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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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장재는 롱브릭타일(벽돌타일)로 마감했다.

목조주택은 외벽 면이 반듯해서 브릭타일을 붙이면 꼭 벽돌을 한 켜 한 켜 정성들여 쌓은 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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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재는 설계 당시 붉은색이었다.

주변 모두 밝은 벽돌로 치장한 집들로 가득해서 주변 분위기를 맞추려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집은 주변과 어울리는 집’이라는 생각은 건축주와 설계자의 공통분모였다.

 

그런데 공사 도중 건축주 마음이 검게(?) 바뀐다.

민원 때문에?

(종로구청은 건축민원으로 늘 시끄럽다)

 

사실 알록달록한 동네 분위기가 별로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다 짓고 나니 어둡고 짙은 색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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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진입도로는 다소 급해서 올려다보는 구도다.

건물에서 검은 표범(Black Panther)처럼 묘한 힘과 긴장감을 느낀다.

붉은색이었으면 주변에 묻혀버려 이런 생동감은 살리지 못했으리라.

튀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었다.

건축주분의 높은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비움비건축사사무소

www.beeumb.com

02-867-5822 서울시 강동구 아리수로93길 27 강일타워 8층

 

비움비건축은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다루는 설계사무소입니다.

2009년 개소하여 단독주택을 100채 남짓 설계하였습니다.

내부 공간만큼 외부 공간에도 무게를 두며 내외부의 연계나 쓰임 좋은 집을 그립니다.

 

 


 

 

캐나다에서 배운 집의 본질

평창동 목조주택 인테리어 이야기

“캐나다 집에서 살았던 그 느낌을 담아주세요.”

 

 

 

건축주로부터 처음 이 한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이 단순한 디자인 요구가 아닌 삶의 기억, 감정, 온도에 대한 요청이라고 느꼈다. 이 집의 건축주는 캐나다에서의 안식년 1년 동안 전형적인 스타일(traditional style)의 목조주택에 머물며, 진짜 ‘집 같은 집’이 주는 포근함과 안락함을 깊이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 기억을 안고 돌아온 건축주는 서울 평창동에 3층 목조주택을 짓기로 결심했고, 이미 건축 설계가 끝난 상태에서 별도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 나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

디자인의 완성은 건축주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건축 디자이너는 바로 그 기억들을 섬세하게 풀어내어

현실로 형상화하는 중요한 조력자일 뿐이다.

"

 

요즘 많은 집들에서 하얀 벽, 무몰딩, 마이너스 몰딩 등 드러내지 않는 깔끔한 미니멀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평창동 건축주는 이런 트랜드와는 정반대의 길, 즉 편안하고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집다운 집’ 컨셉을 선택했다. 나는 직감했다.

 

다양한 색감 그러나 너무 과하지 않은 색의 조합, 입체감 있는 몰딩, 낡은 듯 편안한 질감이 살아있는 공간. 새 집 같지 않은, 그러나 너무도 따뜻한 집이어야 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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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에서 이미 정해진 평면과 단면 구조 틀 안에서 건축주의 ‘감각적 기억’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분명했기에 가능했다.

 

"

 

집은 내가 나를 가장 잘 아는 공간이어야 한다.

"

 

나는 이 말을 주택 디자인의 기준점을 삼고 있다.

그리고 건축주와 만남을 통해 파악한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그 집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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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모던한 박공 지붕의 박스형태 스타일. 외벽은 롱브릭 벽돌 마감으로 심플하지만 견고한 첫인상을 준다. 그러나 문을열고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끔 하는 것이 이번 디자인 컨셉의 목표였다. 모든 마감 자재는 건축주와 함께 자재 회사를 찾아가 직접 보고 만져가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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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원목 천장 몰딩과 문선 몰딩, 허리 몰딩까지. 세심하게 톤으로 조율된 벽 마감과 도어, 작지만 독립된 아일랜드를 가진 오픈 주방, 그리고 생활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마감재와 디테일을 이 집에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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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함을 넘어, 시간의 깊이와 삶의 이야기를 담은 인테리어. 이 반전의 미학은 이 집을 방문한 많은 지인들에게 “이런 집, 나도 살고 싶다”는 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고 가족들의 손길이 하나둘 스며들면, 이 집은 점점 더 편안해질 것이다. 반짝이는 완성보다 소중한 것은, 살아가며 집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인테리어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쓰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구성원의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집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닌, 가족과 함께 숨 쉬는 존재가된다.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상업공간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디자인이지만, 주거공간은 가족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을 담는 공간이다. 가족구성원의 취향, 생활 패턴, 그리고 감성까지…, 주택은 무엇보다 거주하는 그 사람을 닮아야 한다.

 

최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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