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큰일 났다. 이 집 어떻게 고치지?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 큰일 났다.

이 집 어떻게 고치지?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얼마 전에 누수 문제로 주택검사를 했던 판교의 한 목조주택, 검사이후에도 마음이 무겁다. 검사하면서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 ‘큰 일 났다’는 것이었다. 사실 난 검사만 하면 되는지라 그 다음 일을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보수작업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이 문제가 많아서 손볼 곳이 많았다는 것이 아니다. 보수 범위 보다는 워낙에 고가 주택인지라 사용된 자재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부다 직수입해서 지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나도 10년차 홈인스펙터이지만 그 집에 사용된 자재들 중 많은 것들이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희소하다. 미국 같은나라에선 고급 주택은 수리가 아니라 복원작업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전문업체들도 있다.

 

아마도 이 집이 위치한 단지가 국내에서 가장 비싼 목조주택 단지일 것이다. 100억에 가까운 주택까지 있다고 들었다. 당연히 유명 연예인들과 돈 많고 높은 분들이 사는 단지이다. 그게 바로 문제다. 당장 검사한 집주인만 해도 기업체 회장이라고 하고, 집 고치는데 드는 비용은 그리 신경 쓰질 않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그 집 제대로 못 고쳐 놓으면 그렇잖아도 짓기만 하고 집수리엔 신경 안 쓴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목조주택 업계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집 못 짓는다. 집은 단지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유지관리와 보수까지도 당연히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업계는 그런 부분에선 여전히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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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메타볼리즘 건축의

상징 건물이 철거된 이유

 

얼마 전, 일본 메타볼리즘 건축의 상징인 나가킨 캡슐타워가 철거됐다. 사진을 보면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그 건물, 사실 건축계에서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트로피와 같은 존재였다. 메타볼리즘 건축은 집과 도시를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성장·교체·변화할 수 있는 존재로 보려는 운동이었다. 그 핵심에는 모듈성, 즉 공장에서 만든 건축 요소를 끼웠다 뺐다 하며 유지관리와 변화에 따른 재구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발상이 있었다.

 

나가킨 캡슐타워는 그 이상을 그대로 구현했다. 박스 모양의 캡슐을 쌓아 올린 구조로, “필요하면 캡슐을 떼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멋진 철학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캡슐 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수리도 또한 어려웠다. 그로 인한 결과는 단순하다.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건축은 결국 철거된다. 그 보다 훨씬 오래된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쿄에서 지은 지 50년 만에 사라졌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이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관리라는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내구성은 유지관리에 의해서 좌우될 수밖엔 없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일본 법륭사의 목조건물도 300년을 주기로 거의 해체 재조립 수준의 유지관리가 이뤄진다. 그 작업을 전속 목수 가문이 대를 이어가면서 하고 있고, 또 수리에 사용할 곰솔나무를 기르는 숲을 별도로 두고 수리주기에 맞춰 베고 심고 한다는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유지관리엔 그런 바탕이 되는 체계가 있어야만 한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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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모듈라 공법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

 

요즘 모듈러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장에서 빠른 시간에 지어지는 모습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공법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100년 전부터 시작된 그런 오래된 공법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류가 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먼저 언급이 되는 문제가 표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듈라 공법이 성공하려면 단일화된 표준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표준이 없다. 그 얘긴 회사마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고, 만든 방식이 다르면 당연히 유지관리와 보수 방식도 다르다. 어렵다는 것이다. 난 지금도 걱정하는 부분이 앞으로 모듈라 주택에 생긴 문제는 어떻게 검사를 할 수가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검사부터 그 걱정이니 이후 보수작업은 제대로 할 수가 있을까? 목조주택은 매뉴얼에 따라서 지어지는 즉 표준화된 주택이다. 자재도 표준화된 것을 사용한다. 때문에 생긴 모양은 달라도 그 속의 골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동일하다. 그래서 표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수작업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모듈라 공법은 그런 표준이 없다.

만드는 회사별로 방식들에 차이가 있다. 그 얘긴 고치는 방법도 다를 것이니 앞으로 유지관리와 보수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그런 상황이다. 모듈라 주택을 전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자재 호환도 안 되고, 제작사가 몇 년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만들어진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손을 댔다가 문제를 더 키우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수리하는 사람들이 기피한다. 그 결과는 나가킨 캡슐타워와 같은 운명이다.

 

건축에서 짓는 것과 같은 비중으로 다뤄져야만 할 부분이 나중에 누가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유지관리가 쉽지 않으면 모듈라 건축도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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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캐나다식 통나무집이

소멸되어 가는 이유

 

20~30년 전만해도 캐나다식 통나무집은 전원주택 잡지에 늘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크고 웅장해 보이는 통나무집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런 멋진 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집을 짓는다는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아예 벗어났다. 많은 사람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해서 그렇다고 얘기들을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캐나다식 통나무집이 그렇게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간 더 큰 이유는 낮은 시공품질과 그래서 더 중요한 유지관리 및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지어놓기만 했지 그 다음엔 아무도 제대로 돌보질 않아 방치가 되었다. 그렇게 폐가처럼 변한 집들이 많다.

 

요즘도 가끔 통나무집 수리를 해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죄송합니다, 안됩니다”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는 기술자들이 거의 다 업계를 떠났다. 캐나다식 통나무집의 보수 작업은 대부분 고도의 수작업이 필요하다. 손상된 통나무를 잘라내고 그 크기에 정확히 맞게 새 통나무를 ‘손으로 깎아 맞추는’ 방식이다. 때문에 수리비가 많이 든다. 대개의 경우 주인들이 그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땜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땜질의 반복은 지속적인 문제의 악화로 이어진다. 빠르게 상태가 나빠진다. 아래 건물만 해도 땜방 작업만을 반복해 오고 있다.

 

결국 캐나다식 통나무집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제대로 고치고 유지관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나무집에 사는 사람들이 다시는 그런 집을 짓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면 통나무집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고갤 돌릴 수밖엔 없다. 그 결과 이젠 한옥과 비슷한 골조 형태를 가진 포스트앤빔 방식의 건축을 하는 업체들 몇몇만이 그 명맥을 이어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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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짓기만 하고 유지관리가 안되면

산업의 미래도 없다.

 

최근에 검사한 많은 목조주택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있다. 집을 고치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목조건축 업체가 아니라 인테리어 업체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목조건축 업계에 더 이상 유지관리 역량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보면 제조한 곳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긴다. 그러니 당연히 집도 마찬가지로 집을 지은 회사가 그 집을 고치고 리모델링도 하도록 의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의 소비자들은 집을 짓는 회사에 수리와 리모델링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미 A/S단계부터 하자 보수 같은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 듣는 얘기가 ‘시공사와는 연락이 끊겼어요’ 라는 얘기이다. 감정이 좋지가 못하다.

 

그렇다면 그런 산업은 절대로 성장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목조주택 업계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여전히 집만 짓고 유지관리는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짓고 관리하고 고쳐주는 그런 제대로 된 산업 시스템의 형태를 만들어 갈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 집의 가치는 짓는 순간이 아니라, 계속 고치면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제대로 고칠 수가 없다면 누가 그런 집을 짓고 살겠다고 생각할까? 우리 목조건축 업계가 장기적으로 생존 발전하려면 짓는 것만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유지관리, 보수가 용이한 체계를 만들어 가야만 한다. 그런 인력들을 양성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일본의 메타볼리즘 건축이나 캐나다식 통나무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밖엔 없을 것이다. 천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주택검사는 건축업계의 피드백 기능이다. 본질적으로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지적을 하는 역할이다. 그런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고치고 또 실행하고 하는 과정이 가장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효과만점인 품질관리를 통한 산업의 발전모델이다. 그게 바로 전후 일본을 한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던 ‘데밍의 품질관리 이론’이다. 그 체계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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