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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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강태웅 교수의 특별기고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때 늦은 목재로의 건축재료 패러다임 전환의 시점에서”

강태웅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주)케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로서 2017년 학내벤처기업으로 (주)케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 목조공업화 공법에 관련한 특허를 출원등록하여 기술개발과 적용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건축학회인 대한건축학회와 전문학회인 한국건축시공학회의 목조건축위원회 위원장으로 목조건축활성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1. 프롤로그

2.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끝났다: 건축에서 제조로

3. 목조건축 탈현장시공의 쟁점: 품질, 품질, 품질

4. 에필로그

※ 연재의 순서와 내용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축의 제조전환이 좀 늦었다. 게다가 전환하기 전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이상하게 끼워진 단추의 사례는 몇 가지가 있지만 건축제조의 전체담론을 단순화 하면서 이슈를 왜곡하는 대표적인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3차원 모듈러방식이 공업화공법을 대표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학계와 업계의 태도다. 건축을 제조의 관점에서 제대로 바라보기위해 3차원 모듈러방식의 공업화 공법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겠다.

1) 3차원 모듈러방식의 한계 :

상시거주시설에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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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목조모듈러방식으로 지어진 공동주택, Sooke, B.C. Canada

레고블록 조립하듯이 쌓기만 하여 공사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옮길 수도 있다고 하고 이리저리 조합을 하면마치 어떤 용도의 건물이라도 가능하듯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니 소비자 입장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는 공법이다. 게다가 마치 잘 생산된 제품처럼 광고 하니 집의 품질도 검증된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의 경우 3차원 모듈러 방식은 2차원 모듈러 방식의 기술적 성숙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길이와 면적을 갖는 재료가 모여 2차원인 벽체가 되고 그 벽체가 모여 3차원의 방(Room)이 되어 거주할 공간이 생긴다.

결국 벽체의 생산기술이 3차원 모듈의 품질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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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 들어오는 습기 나가는 습기를 모두 컨트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이가 50도 가까이 난다. 고온다습하고 저온건조한 극한의 기후를 가진 나라다. 이런 기후에서는 외피 즉, 벽체와 지붕이 집의 거주성을 결정한다. 벽체는 그 자체로 기밀하고 습기를 통과시키지 말아야 하고 열전달이 적어야한다. 각 벽체 간 연결은 치밀해야 한다. 무엇 보다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방습에 대한 고려가 필연적이다. 또한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벽체는 내진성을 갖도록 기초에 확실하게 긴결되어야 하고 층간연결도 견고해야 한다. 3차원 모듈러방식의 공업화 공법, 우리 기후에선 생각보다 쉽지 않다.

3차원 모듈러방식은 여러 건축제조 또는 공업화 공법의 하나일 뿐이며 생산된 건물의 용도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크기가 일정하게 제작된 단위 모듈을 반복적으로 병렬배치 및 적층하기에 적당한 용도의 건물에 효율적이다.

예를 들자면 병원의 병실동, 군 막사, 기숙사, 공공거주시설, 호텔 그리고 교실의 크기가 일정한 우리나라의 교육시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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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컨테이너로 시공한 상업시설, Buck street market, London

3차원 모듈러방식 적용의 시작은 아마도 해상운송용 컨테이너(이하 컨테이너)의 재활용이었을 것이다. 컨테이너는 적재를 많이 하기 위해 상부로 부터 내려오는 하중을 잘 견디게 제작되었다. 철재 뼈대가 튼튼하니 철판외피에 단열정도만 보강하면 농막이나 건설현장사무실 등 임시거주로는 충분했다. 컨테이너의 주 재료가 철이다 보니 철을 다루는 공기업이 그 재료로 만든 3차원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임시숙박시설, 군막사 그리고 임대주택을 십수 년 간끈질기게 주장하여 시장에 내어놓고 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높은 가격도 문제고 최근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추세에도 맞지 않지만 우리의 거주문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 같다.

3차원 모듈러방식 공법 적용의 또 다른 예는 농막을 만들어 판매하던 업체의 비약적인 도약이다. 컨테이너를 리모델링 하거나 컨테이너를 비슷하게 흉내 내어 만든 철골조 또는 경량목골조에 이런 저런 마감을 하여 농막이나 이동식 주택을 제작했던 업체가 농막이나 이동식 주택을 몇 개 조합/구성하여 모듈러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제조하여 공업화 공법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시장에 편승한 것이다. 농막수준의 품질에 내‧외부 마감을 그럴 듯하게 하여 마치 새로운 트렌드의 거주시설인 양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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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 공법 주택 골조의 잘못된 시공, 기초에 정착하지 않고 몰탈위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집으로 불리기엔 그 품질에 의구심이 생긴다. 신고 정도의 절차로 지을 수 있는 가설시설인 이동식주택이나 농막은 이러한 방식이 유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지을 수 있는 건물의 경우 온전한 거주시설로 지어야 한다. 집은 대지에 견고하게 정착해야 하고 실내공기(온도, 습도, 휘발성유기화합물농도, 이산화탄소농도, 미세/초미세먼지농도)의 질은 일정해야 한다. 특히 온전한 거주시설의 조건 중 중요한 하나는 대지에 정착이다.

정착은 안전과 직결된다. 소위 국내에서 공업화를 한다는, 게다가 3차원 모듈러방식 공법을 도입해서 고품질(?)의 집을 납품한다는 여러 기업들은 집의 조건 중 중요한 하나를 지키며 짓고는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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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골조의 기초 정착을 위한 홀다운철물, 심슨스트롱타이

 

“층간 띠철물(Straptie) 이나 기초에 건물을 긴결하는 홀다운(Holdown) 철물은 적용하는지?”

“국내 기후에 맞는 방수, 기밀, 방습을 위한 자재 선택과 시공방식 그리고 디테일을 적용했는지?”

“기밀성을 측정해서 그 수치를 제시하는지?”

“거주에 적합한 실내 공기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이 질문은 공업화공법인 제조에 걸 맞는 품질에 대한 것이다. 3차원 모듈러방식 공법을 적용한 건물이 온전히 집으로서 인정되기 위해서 업체들은 상기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2) 3차원 모듈러방식의 한계 :

모듈의 운송과 한국인의 집에 대한 욕망

3차원 모듈러방식 공법을 적용한 공업화공법으로 지어진 집에 필자가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또 다른 측면은 우리나라의 도로의 사정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욕망과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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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별 도로보급율 비교, 한국교통연구원

우리나라의 도로보급률은 2013년 자료로 OECD 34개국 중 30위다. 도로보급률은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로 표시하는데 우리나라는 2020년 자료로 1.57이다. 미국은 3.75, 영국은 3.41 가까운 일본은 무려 5.53이다. 굳이 이 세 나라를 제시한 것은 3차원 모듈러방식을 활발히 적용하는 북미, 유럽지역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로상황이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혹시 무진동차량이라도 사용해서 3차원 모듈을 운송하는 업체가 있을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무진동 차량은 쇽업쇼버가 더 미세하다 뿐이지 실은 해결방안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장축트럭이거나 비용을 더 쓴다면 로우베드 트레일러를 사용할 것이다.

공장에서 제작된 단위모듈이 수 없이 많은 고속방지턱과 높이 제한이 있는 도로, 짧은 회전반경을 극복하고 현장에 도착하면 수많은 자재와 부품으로 조립되고 부착된 내장, 외장재와 골조 그리고 각종 설비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진동과 충격에 뒤틀려 있을 수밖에 없다. 철골로 제작한 3차원 모듈도 운송 후 보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이다. 틀어지거나 벌어진 부분을 다 찾아서 보수가 될지도 의문이다.

경량목조로 제작한 3차원 모듈은 상태는 어떨까? 상상에 맡기겠다. 그저 건축선진국들이 활성화 시켰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는 것 이제 지양해야 한다. 우리의 환경은 다르지 않은가. 최소한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을 판단하고 진동과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조립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굳이 이러한 것 까지 개발해서 3차원 모듈러방식으로 주택을 짓는 게 맞는 건지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집의 인식이다. 우리가 애정에 마지않는 아파트는 공동거주시설이다. 여럿이 나눠서 구입하는 분양이라는 시스템이다. 눈에 보이는 땅도 없이 대체로 그림을 보고 집을 구입하고 이후에 지어진 집에 들어간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아파트는 대량생산 집으로 인식하는 거다. 팔고 사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재테크로 인식기하기에 용인된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온전히 본인 소유의 땅에 짓는 독채다.

비록 3차원 모듈러방식의 공업화 공법을 적용한 집이지만 내 땅에 나만의 집을 짓는 거다. 한국인의 집에 대한 욕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요구가 많아진다. 내/외장재가 달라지고 설비도 달라질 수 있다. 효율과 경제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3차원 모듈러방식의 공법에 역행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의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생산효율이 떨어져 수익이 준다. 업체는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3차원 모듈러방식의 공업화 공법을 단독주택에 굳이 적용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인의 욕망을 충족하면서 제조의 미덕을 주택에 담을 공업화 공법을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3) 마케팅은 제조처럼 생산은 제조가 아닌 :

한류건축의 중심, 아파트

한국의 건축계는 건축을 제조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이해도도 많이 낮다. 우리가 애정하는 아파트라는 공동거주유형은 기획과 생산방식이 제조의 대량생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방식과 체계가 가내수공업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수많은 이슈에 보듯 품질은 중구난방이며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도 된다.

제조라면 설계, 생산, 관리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지만 우리의 건축에선 요원하다. 공공발주방식을 통해 가장 싸게 짓겠다는 업체에게 건물을 맡긴다. 싸게 짓겠다고 한 터라 계약 후 견적을 변경하는, 즉 설계 변경하여 비용을 상승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애초에 설계변경을 조건으로 자신 있게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설계변경 허가권자와 이야기가 되어 있다는 의심을 할 만 하다. 그 마저 안 되면 어딘가에서 재료를 덜 쓰거나 공정을 줄여서 이윤을 남기게 될 거다. 설계대로 지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어지는 과정 자체가 인력친화적이며 그 과정마저 관리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관리를 제대로 하자치면 그 관리주체(감리)를 바꾸기도 한다. 설계, 생산 그리고 관리가 유기적이지 않고 뭔가 분리되어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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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공업화 공법적용 호텔

Nakagin Capsule Tower, 1972, Tokyo

각각이 분리되어 있다는 의미는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설계의 세계는 영감과 감각 그리고 개념의 세계고 생산은 노가다의 세계다. 설계자가 건물의 미학적 요소인 파사드와 매스를 구성하고 창의 위치와 개수를 감각적으로 정한다. 설계자가 대충 지역을 기반으로 단열값을 고려해 벽체의 두께정도만 정해서 넘기면 생산자는 그 외에 모든 것을 고려하고 결정해서 시공매뉴얼대로 성실하게 아낌없이 재료를 투입해 건물을 생산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런데 설계는 설계대로 생산은 생산대로 하고 싶은 데로 하는 거다. 소통은 안 되는데 건물은 생산된다. 가내수공업의 장인정신도 없지만 그렇다고 18세기 산업혁명에 의해 시작된 제조의 미덕도 없다. 물론 모든 아파트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아파트가 그렇다는 거다.


 

4) 글로벌 건축의 시대정신은 제조 :

우리?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미리 재단한 일정한 크기의 부재로 벽체와 그 벽체의 조합으로 만든 일정한 크기의 방을 조합/구성하면 빠르고 일정한 품질의 그럴듯한 집이나 건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건축의 오래된 담론이었다. 인류의 역사상 그 만큼 중요하고 또 어려운 건축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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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갑을 단위모듈로 사용한

공동거주시설 개념 모델, 1959, 네덜란드

유럽의 건축가와 기술자들은 이것을 수백 년 동안 발전시켜왔다. 영국의 목수인 존 마닝(John Manning)의 주택이 역사상 최초의 시도다. 지금으로 부터 200년 전이다. 20세기 초 유럽의 건축가들이 모인 CIAM(1921년 스위스 취리히)이라는 컨퍼런스에서 건축 제조에 대한 주장이 본격화되었다. 20세기 중반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건축가 집단 네덜란드 구조주의, Structualism in Nederlands)은 실제로 그 건축이론을 실험하고 발전시켰다. 20세기 초 부터서구유럽의 움직임에 동참했던 일본은 유럽건축가들이 주장하고 실험하던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자국의 환경에 맞게 발전시켰다. 역사적,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우리는 결코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역사적으로는 없다.

게다가 세계의 산업구조는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버렸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출은 불가한 상황에서 세계의 탄소발생량 30%이상을 차지하는 건축산업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건축생산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 노동집약적방식에서 자본집약적방식으로 그리고 공장생산에 적합한 재료로의 전환으로 말이다. 노동집약적생산에서 자본집약적생산으로 전환은 산업혁명 이후의 생산을 의미한다. 지금 부터 300년전에 시작했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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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 공업화 공법 공동거주시설

Habitat 67, 1967, Canada

산업혁명 이후 모든 물건의 생산은 공장제조다. 서구 유럽의 건축은 산업혁명 발발 200년 후, 즉 20세기부터 건축의 제조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탄소를 줄이면서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자본집약적 방식의 건축에 있어 산업혁명을 해야 하는 건축은 제조에 적합한 목재로 전환이 필연적이었고 이미 꽤 앞서나간 상태다.

우리는 건축의 선진국보다 100년 늦은 지금, 21세기에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늦은 것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서구유럽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온 과정을 경험하지 않고도 더 많은 지식을 취할 수 있으며 그들이 고심 끝에 선택한 장점을 발 빠르게 적용하면 된다. 단,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라할게 아니라 그들의 고민위에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게 적용하려는 노력과 고민이 절대적이다. 4계절 극한의 기후환경을 가진 우리 환경에 충분히 작동하는 공업화생산 건물이면 세계 어디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 이제까지 해온 건축의 타성을 버리고 철저히 제조의 관점에서 생산체계의 구조와 체계운영자의 인식을 전환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