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강태웅 교수의 특별기고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때 늦은 목재로의 건축재료 패러다임 전환의 시점에서”
강태웅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주)케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로서 2017년 학내벤처기업으로 (주)케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 목조공업화 공법에 관련한 특허를 출원등록하여 기술개발과 적용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건축학회인 대한건축학회와 전문학회인 한국건축시공학회의 목조건축위원회 위원장으로 목조건축활성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1. 프롤로그
2.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끝났다: 건축에서 제조로
3. 목조건축 탈현장시공의 쟁점
: 품질, 품질, 품질
4. 에필로그
※ 연재의 순서와 내용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 새로운 천사
목재라는 재료가 가진 감성적인 가치가 있다. 그것은 자연 재료가 가진 원초적인 친근함, 나무가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그 선함, 뭔가 따뜻할 것 같고 한 없이 좋은 것만 줄 것 같은 기대 그리고 그냥 나무랑 있으면 건강해질 것 같다는 프라시보 효과다. 일제감정기와 우리 스스로이루지 못한 근대화 그리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굳혀서 짓는 습식공법 공화국이 되었고, 목재의 사용과 활용을 위해 정책을 적극적으로 만들지도 않았고 인프라조차도 구축하지 않고, 산업생태계도 만들지 못했으면서 기억만으론 목조의 나라였다는 낭만적 자위로 우리의 산림은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녹화가 잘 되었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100% 그리고 건축재료로서 목재의 등장은 역사의 태풍과도 같다. 조금 다른 의미긴 하지만 근대시기의 추상화가인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가 떠오른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역사의 속성이다. 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인류에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전환의 태풍 속에 아무리 그 자리를 고수하려 해도 시간은 흐르고 사건의 사슬은 끊임없이 우리를 미래로 밀어낼 것이다. 그 태풍에 맞서며 힘겨운 후퇴를 할 것인가, 그 태풍을 잘 이용해 더 멀리 갈 것인가는 어렵지 않는 논리로도 판단할 수 있다.
태풍을 이길 수 없으니 낭만적 자위들에 점철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우물을 벗어나자. 그리고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융합의 시대긴 하지만 영역과 경계가 명확하게 정의된 후, 융합과 복합이 의미와 가치가 있다. 산림전문가는 산림의 정책을, 재료전문가는 재료의 개발과 연구를, 목재제조전문가는 제조를, 건축가는 목재의 심도 있는 이해를 통해 설계와 품질을 생각하는 시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대는 건축제조로 넘어버렸다.
▲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의 “새로운 천사” (Angelus Novus)는 유럽의 근대시기에 감당할 수 없이 치고나가는 역사의 흐름 중에 과거에 안주하고 싶은 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무기력증이 가득한 인류의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건축계가 마치 파울클레의 “새로운 천사”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클레의 이 그림은 워낙 유명하여 저작권 문제로 대체 이미지를 CHATGPT 4에게 이미지를 부탁했다.
최근에 저자가 경험한 두 가지 의미 있는 사건을 간단히 기술하고 연재를 마무리하려 한다.
1.
행안부가 재난 시 긴급신속하게 이재민들에게 보급할 주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크게 고민없이 철재 VMM(Volumetric Moduler Method)을 거주시설로 제공하는 것으로 최종보고서가 작성되었다. 그러나 그 연구팀이 목재 PMM(Panelising Moduler Method)를 알게 되었고 계획에 없었던 세미나가 열렸다. 재난 시 신속하게 제공되어야 할 거주시설로 해체와 조립이 자유로운 목재 PMM의 가능성이 상당히 어필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PMM은 철재로는 불가하고 목재로만 가능하다.
2.
서울시에서 목재로 마감하고 골조를 세울 도서관이 현상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목골조가 옥상정원을 머리에 이고 있어 우려스럽지만 서울시가 잘 만들기를 기원한다. 서울시의 어떤 자치구에서는 구청행정용도로 다층의 목조건물도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지금까지 목조업계가 해온 결과들과 차이가 날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중에 공공기관 연구원에서 목조다층거주시설의 국내적용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기초연구가 시작되었다. 중앙정부가 목재와 목조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말로 우리 목조계는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