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예전에 평생학습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진부한 말처럼 간주되는지 그리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평생학습이라는 말의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평생학습 시대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굳이 그런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은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는 세상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소설이 있다. 거기에 모든 것들이 뛰는 세상 얘기가 나온다. 한참을 달려도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그대로인 것에 놀란 앨리스에게 거울나라 여왕은 이런 얘기를 해 준다.

“네가 뛰고 있어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뛰고 있으니 계속 제자리야.

이곳에선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만 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지금이 그런 세상이다.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남들보다 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많이 뛰어야만 한다.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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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든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방향도 잘 잡아야만 한다. 혼자 엉뚱한 쪽으로 뛰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어느 쪽으로 뛰어야만 할까? 친절한 빌딩사이언스의 구루인 죠셉 스티브룩 박사가 그의 글 ‘공짜 열역학 점심은 없다.’에서 설명한 내용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현재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공부를 해야만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인지라 간략하게 정리해 소개를 한다.


건축을 하기 전에 알고 고려해야만 할 사항들

건물은 환경 분리자이다. 건물의 외피(enclosure)는 외부의 것은 외부에, 내부의 것은 내부에 있도록 구분하는 경계선의 역할을 한다. 그 경계선이 무너지면 문제가 발생을 한다. 건물의 외피가 환경 분리자로서 다뤄야만 할 요소들에는 열, 공기, 물(얼음, 수증기, 지표수 등을 모두 포함), 햇볕, 소음과 진동, 각종 오염물질, 동물, 곤충과 벌레, 불, 구조와 견고성, 내구성, 미적인 외관, 경제적인 부분 등의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들을 다 한꺼번에 배울 수는 없다. 다행히도 그것들이 다 동등한 중요성을 갖지는 않는다. 우선순위가 있다.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것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급하게 발생하는 것들이 천천히 발생을 하는 것들보다 더 중요하다. 스티븐 코비의 중요한 것들을 먼저 하라는 얘기와도 일맥상통 한다.

건축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깨끗한 물과 하수 처리이다. 하수를 먹는 물로부터 분리하기 시작한 것이 도시 문명의 시작이다. 때문에 위생과 관련된 규정이 화재나 구조 그리고 에너지 관련 규정보다 중요하다. 어느 지역에 재해가 발생하면 우리는 긴급 구호품으로 깨끗한 물부터 보내지 포장된 단열재를 보내지 않는다. 건축 규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이 화재관련 규정이다.

규정 중에 가장 먼저 생긴 것이 화재관련 규정이다. 옛날엔 도시를 통째로 태워 버린 대화재들이 있었고, 그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화재에 대한 규정들이 생겨난다. 화재와 관련된 규정은 구조관련 규정보다 앞선다. 그 다음이 구조와 관련된 규정이고, 마지막이 에너지 관련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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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규정인 IECC가 처음 생긴 것이 2000년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생, 화재, 구조와 관련된 부분들엔 익숙하고 별다른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생긴 에너지 관련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익숙하지 못하다. 여전히 뒤죽박죽이고 좋아지기 전에 먼저 나빠지기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할 부분은 에너지 규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에너지 관련 규정들이 건축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

에너지 규정관련이란 단순하게 단열재를 얼마나 두껍게 사용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에 대한 것들이다. 에너지 규정에 따라 사용하는 단열재와 기밀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에너지 절감이라는 효과는 거두고 있으나, 반면에 건축물에서 에너지의 흐름도 변화시켰다. 요즘의 건물들은 예전처럼 벽체와 지붕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열이 많지가 않다. 이는 벽체와 지붕을 건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물과 건축 재료에 손상을 일으키는 세 가지 핵심요소는 물, 열, 자외선이고, 그중에 제일은 두말할 것 없이 물이다. 건축물을 오래 가도록 보존을 하고 싶다면 건물을 건조하게 유지를 해야만 한다. 만일에 젖는 일이 생겼다면 빨리 말려야 한다. 복잡한 이론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지어지는 집들은 그 물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졌다. 젖어도 빨리 말리지를 못한다.

지금 우리가 짓고 있는 건축물들은 예전과 달리 세 가지 큰 변화가 있다.

1) 우리는 더 이상 돌과 커다란 나무들로 집을 짓지 않는다.

2) 우리는 더 이상 기밀성과 단열성이 낮은 집을 짓지를 않는다.

3) 우리는 연중 실내공간의 환경을 난방, 냉방 그리고 환기 시스템을 사용해서 조절 한다.

첫 번째 건축 재료가 변했다.

새로 사용하는 재료들은 옛날 것들보다 물에 약하다. 우리는 더 이상 큰 나무를 잘라 만든 물에 강한 판자를 사용하질 않는다. 대신 OSB와 같은 공장에서 나무를 잘게 부숴 다시 만든 건축 재료를 사용한다. 또 나무를 갈아서 만드는 종이가 들어간 재료들로 실내 마감작업을 한다. 아기돼지 삼형제 중 누구도 종이로는 집을 짓지는 않았다.

두 번째 단열성과 기밀성이 높아졌다.

냉난방을 할 때 실내의 열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지속적으로 단열 수준을 높여 온 결과 지금은 거의 실내외의 열 교환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이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은 에너지를 적게 쓴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건물의 건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건조를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의 이동이 적어지면 당연히 건조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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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허술했던 집들에선 예상치 못한 일시적인 누수와 같은 사건들에 대해서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은 언제나 조금씩 샜다. 하지만, 금방 말랐다. 덕분에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요즘의 건축물들은 젖으면 잘 마르질 않는다. 젖은 상태로 오래가면 건축 재료들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쉽게도 예나 지금이나 일시적인 누수와 같은 사건들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세 번째, 난방은 옛날부터 해오던 일이다. 익숙하다.

하지만 냉방은 최근의 일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건물들이 연중 냉방과 난방을 하고 있다. 게다가 환기도 기계장치로 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환기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변화에도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실내 환경의 조절이 쉽고 쾌적하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냉방 기간 중에 외부의 과도한 습기와 차가운 벽면으로 인해 전에 없던 습기 문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환기를 적게 하면 실내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많이 하면 습기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냉난방과 환기와 관련된 배관들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건물의 높은 기밀성은 환기 장치들로 인한 감압이나 가압 현상들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고기밀 주택에선 주방 후드만 틀어도 심각한 감압 증상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게다가 실내의 습기 문제는 점점 더 커져가고만 있다. 생활방식도 과거와 달리 집안에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내에서 발생되는 습기의 양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건축에 사용하는 재료들의 습기 저항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반면에 습기 문제의 발생 가능성은 점점 더 커져가고만 있다. 거기에 주택의 건조력은 무척이나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예전에 문제없었던 작은 사건들도 이젠 문제가 되는 까탈스러운 건축물들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안 된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하고 제대로 대응을 하기 위해선 변해버린 것들에 대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계속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다.


필요한 것은 변해버린 건축 환경에 대한

바른 인식과 평생 학습

주택검사와 상담을 해보면 리모델링한 집들에서 발생한 하자 문제들에 대한 하소연중 가장 많은 것은 결로와 곰팡이 문제이다. 예전 집에선 없던 문제인데 리모델링 후엔 생겨났다고 하는 일들이 많다. 집주인들은 시공을 엉터리로 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들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시공을 너무 꼼꼼하게 해서 생겨나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열심히만 해서 만들어 내는 문제들이 많다.

집을 고친다는 것은 그 집이 가지고 있던 오랫동안의 내적 균형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예전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던 집들은 허술하지만 그 상태 그대로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허술한 집을 요즘의 집처럼 새롭게 고치는 모든 작업들은 실내 습도를 높여 결로를 발생시키고 곰팡이가 생기기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주는 일들이다. 과거처럼 별 생각 없이 살아도 자연적으로 환기가 되고 건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된 집에 어울리지 않는 고단열 고기밀은 집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망가뜨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이 모두 좋은 결과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못하면 나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리모델링할 때 발생하는 하자문제들은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건축 환경이 옛날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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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배워야만 한다. 주거환경, 건축재료 그리고 에너지 흐름의 변화가 우리의 건축방식을 어떻게 변화를 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배워야만 한다. 그리고 건축하는 방식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쪽으로 개선하고 바꿔야만 한다. 앞으로 지어지는 집들에선 실내외 간 에너지의 흐름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건축 재료의 변화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냉난방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환기 장치 등으로 각종 기계장치와 배관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계속 변해 갈 것이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잘 모르면 문제를 만들어 낼 수밖엔 없다. 때문에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늘 열린 자세로 더 많은 것을 배워야만 한다. 그래서 건축은 평생학습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일 수밖엔 없다.


공부 안 하고 고집 부리는 사람들이 내는 수업료,

시공 하자

열심히 공부하란 얘길 해도 고집스럽게 새로운 것 배우는 것을 주저하고, 그저 자신이 오래전 배웠던 것을 고집하며 멈춰버린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분들도 건축계를 떠나지 않는다면 결국엔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만치 않는 수업료를 지불하게 될 수가 있다. 건축 일을 하는 이상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커다란 하자문제들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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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무절 히노끼로 장식을 했던 천정의 일부를 뜯고 젖은 단열재도 들어낸 상황이다. 말리고 있다. 지금 상태는 수리과정이 아니다. 원인을 찾기 위한 과정 중의 일부일 따름이다. 주택검사를 했고 원인을 찾았다. 별 문제 아니었다. 지붕에 벤트를 안 만들었다. 지붕벤트는 목조주택을 짓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설치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는 기본적인 건축요소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집스럽게 시공을 안 했다. 심지어는 집주인이 왜 설치를 안 하느냐고 물어 봤을 정도였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안 해도 문제가 없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진짜로 문제가 없었을까? 아마도 있었는데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문제가 이 집에선 그대로 드러났다. 내 생각엔 실내 생활 방식의 차이로 인한 습기 부하가 이 집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천정 다 뜯고 지붕 징크 작업 다시하고 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엔 없었다.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수천 만원 들었을 것이다. 기초적인 지식 부족으로 인한 실수 치고는 수업료가 꽤 비싸다. 건축에서 돈 버는 방법은 공부해서 이런 하자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하자 한번 생기면 번 돈 다 까먹는다. 지식이 곧 돈이고, 공부가 곧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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