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2024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

Korea Timber Builder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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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제2편

공개모집이 아닌 선택모집

제3편

박람회장은 경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공간

제4편

세미나 컨퍼런스 체험이 중심이 된 박람회

B2C 보다 B2G B2B 가 중심이 되어야

제5편

축제 그리고 파티

제6편

통계로 본 제1회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

제7편

박람회 기간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들

제8편

제2회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에 초대합니다.

대한민국 목조건축의 역사가 시나브로 30년이 되었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전을 해왔다.

그곳에는 시대를 빠르게 읽은 산업계의 리더와 오피니언들이 있다.

그리고 잰걸음이지만 정책과 법률로 대한민국 목조건축산업의 발전 근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정부기관과 학회, 협회, 연구소, 대학들이 발돋움을 하고 있다.

목조건축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대한민국 목조건축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모을 수 있을까? 누가 모아야 하나? 어떻게 모아야 하나?

이 대업에 아군은 누구일까? 적군은 누구일까?

만약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나?

성공을 지켜 본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무엇을 하려고 할까?

이 사건을 계기로 목조건축계는 하나로 힘을 모으려고 할까?

아니면 확인한 가능성을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더 극심하게 사분오열될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2023년 가을의 끝자락에서 제1회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월간빌더 김창규 국장.


월간빌더!

왜 가만히 있습니까?

가끔은 마치 필자의 속내를 읽었다는 듯 야단을 치는 선한 열정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왜 월간빌더는 가만히 있습니까?”

“월간빌더가 그 일을 해야 하죠?”

“그건…”

이 이야기하려면 1년 전, 6년 전 그리고 약 25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25년 전,

필자는 1993년 창업을 한 후 1995년부터 미국의 Masonite사에서 도어스킨(Door Skin)을 수입하였다. 이 판넬(Panel)을 사용하여 스킨도어(Skin Door)라는 문짝을 제작 생산하여 국내에 공급하였다. 자연스럽게 미국 출장을 자주 다녔고, 미국 목조건축 현장을 접하게 되었다. 한번은 미국 출장 중 업체 분과의 오전 미팅을 위해 호텔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로비 책꽂이에 비치된 몇 권의 잡지들이 필자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해외 출장을 준비할 때면 출장 일정에 맞춰 몇 권이 책들을 챙겨가는 습관이 있어 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반응했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잡지들 사이에서 목조건축 관련 책자들이 꺼내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때가 우리나라는 목조건축이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초창기였다.

'우리나라도 목조건축 산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언젠가 이런 매거진이 필요한 날이 오겠다!'

약 6년 전,

지금의 월간빌더 발행인으로 있는 정두진 대표가 상기된 얼굴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새로운 매거진 한 번 만들어 보시죠!” 당시 월간 창과문에 도어에 대한 칼럼을 1년 가까이 기고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표님께서 기고해 주고 계신 글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이런 내용을 전문으로 담는 매거진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데요.”라는 말에 20년 전 기억이 소환되었다. ‘미국에서 처음 목조건축 관련 책자를 본 지도 20년이 지났으니 우리나라 목조건축도 많은 성장을 했을 거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1주일의 생각할 시간을 허락 받고 국내 목조건축산업을 조사 분석하였다.

'우리나라도 목조건축 산업이 성장하려면

지금쯤 목조건축 전문 매거진이 필요하겠다!'

약 1년 전,

매달 발행되는 월간빌더가 유아기를 지나 아동기로 접어 들고 있었다.

월간빌더를 발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목조건축 시장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목조건축계에 개혁의 조짐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몇몇 분들이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왜 월간빌더는 가만히 있습니까?”

“월간빌더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왜 월간빌더인가?’

무슨 일이든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월간빌더를 창간할 때, 계획했던 두 번째 스텝이 있었다. 월간빌더를 창간하고 약 10년쯤 지나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박람회 속의 박람회를 월간빌더 부스에서 협력사분들과 함께 몇 차례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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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2~3부스의 월간빌더 부스에 협력사의 현수막들을 걸고 업체홍보자료들을 관련 업체나 소비자 분들에게 전달해 드렸다. ‘여기서 좋은 업체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어 좋습니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다음 해에는 월간빌더 협력사 분들과 함께 부스를 얻어 출품을 하였다. 60개의 부스 중앙에 세미나장을 만들고 업체 부스는 세미나장을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하였다. 세미나와 상담을 연계하고 설계 및 시공사와 자재업체를 연결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드렸다. ‘곧 월간빌더가 단독으로 건축박람회를 주최하시겠습니다.’라며 눈치 빠른 분들이 인사를 건넸다.


태생적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건축박람회인가?

무엇인가 처음 시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산업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분명한 태생적 목표를 제시해도 현재의 기존 산업 수준에서 평가절하 되거나 수많은 선배 사공들의 훈수와 간섭의 파고를 견뎌내야만 한다.

1993년 ㈜태창_태창도어를 창업할 때도 그랬다.

당시 스킨도어를 제작 공급할 것을 목표로 영업방식과 가격 그리고 회사의 사규와 직원 복지를 계획하였다. 단 한 사람도 좋게 평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 경험이 없어서 이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당시 만 27세였던 나는 사회 경험이라고는 2년이 안 되기는 했었다.

2019년 월간빌더를 창간할 때도 그랬다.

월간빌더의 책 구성과 협력사 선정 방식 그리고 취재 기사 및 업체 보도자료의 선택 기준을 정했다. 물론 광고비의 지급 방법에 대한 기준도 정했다. 필자가 도어사업만 했지 매거진 세계의 현실을 알지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기존 사업체나 매거진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사업체나 매거진을 만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벌써 긴 세월 단단하게 맺어진 기존 업체 간의 사업적 관계를 어떻게 파고들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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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을 하셨던 분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 것인가?’이다.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경기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1등이 되어 보겠다고 싸운다면 그 곳에서 산업의 발전을, 경쟁의 공평을, 기업의 진정성을, 기술과 정보의 발전적 누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나만의 목적을 가지고 나만의 경기장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면 1등은 항상 주어지는 결과일 것이다.

같은 질문을 해 보았다. 건축박람회를 만든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아니 모두가 바라는 건축박람회를 만든다면, 그 ‘모두’가 누가 되어야 할까? 건축박람회를 만들고자 하는 주최사의 이익이 되어야 할까? 건축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되어야 할까? 건축박람회를 방문하는 관람객이 되어야 할까? 건축 산업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목표가 되어야 할까? 차이는 있겠지만 건축박람회에 관련된 ‘모두’가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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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를 만들고자 할 때도 그랬다. 막상 월간빌더가 건축박람회 그것도 목조건축박람회를 만들겠다고 하니, 소위 전시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진 많은 선배들의 조언들이 있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우리가 해봐서 아는데,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려고하나?’ ‘아무도 협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관련 기관과 협․단체 그리고 산업과 전시업체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라는 조언들을 해 주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과연 누가 해야 하나?

월간빌더를 창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건축박람회 전문 주최사 및 주관사 대표님들과 담당자 분들을 만났다. “모두가 원하고 있는 진정한 건축박람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월간빌더가 돕겠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전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모멸감이었다. 건축박람회의 현 주소를 사무치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목조건축 관련 협회를 만났다. 사업을 하는 분들로 구성된 협회였고, 목조건축 관련 산업이 총망라되어 있었기에 가능성과 명분 그리고 타당성이 충분했다고 마땅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협회가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목조건축 발전을 위한 건축박람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월간빌더가 돕겠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전했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아직 월간빌더가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산림청도 만났다.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를 오랫동안 진행해 오고 있었고, 기관에서 주도가 가능했기에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목조건축을 견인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를 목조건축까지 포함하는 건축박람회로 확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월간빌더가 돕겠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전했다. 그러나 기관은 사업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었다. 가능성과 타당성이 아닌 결과가 만들어지고, 명분이 주어져야만 움직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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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이 흘렀고 2023년이 되었다. 월간빌더도 4년이 되었고 유아기를 벗어나 아동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때 몇몇 분들이 시차를 두고 필자에게 말했다.

“왜 월간빌더는 가만히 있습니까?”

“월간빌더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모두가 ‘안 된다.’ 라고 했다.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함께 도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일은 이 일은 가능하다고 반드시 성공한다고 자기최면을 하고 준비를 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을 지은 사람들과 일을 함께 준비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유비가 큰 뜻을 품을 때의 일화다.

조정의 명을 받아 여강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떠나는 스승 노식은 더 배움을 청하는 유비에게 정현 선생에게 소개장을 써 주었다. 그러나 집에 머물며 돗자리만 짜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의 왜 떠나지 않느냐? 고 질문을 했고 이에 유비는 “나무가 오래 되면 높이 있는 가지부터 마르기 마련입니다. 비록 땅 가까운 곳에 가지들이 살아 있지만 이것들도 머지않아 말라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땅의 힘을 빌어 새로 돋는 가지는 이렇게 싱싱합니다. 이 가지들은 훗날, 반드시 또 하나의 거목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바로 이런 가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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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기운 새 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 마가복음 2:21~22 -

 

 

월간빌더의 목조건축 산업을 위한 계획들은 2018년 창간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수립되었다.

20년 장기 계획을 가지고 단계별 목표들을 정리했었다. 첫 번째가 월간빌더의 창간이었다. 월간빌더의 창간은 20년 후의 결과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스텝이었기 때문에 기존 매거진과 결을 같이 할 수 없었다. 수많은 매거진 선배들의 조언을 다 수용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스텝이 바로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의 개최이다.

이 또한 다음 또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중간 스텝으로 기존 전시업체 분들이 계획하고 진행하던 방식과는 달라야만 했다. 그래서 40년 가까이 된 건축박람회의 성격과 다르게 준비하였다. 많은 분들의 조언을 다 수용할 수 없었던 이유 역시 동일하다.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는 새 부대에 담아야만 했다.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의 목적은 이름에서 보듯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목조건축의 건장한 정착과 성장이다. 컨벤션센터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대한민국 목조건축의 건강한 성장을 견인할 내용을 담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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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대에 담을 새 술은…

목적에 맞는 (새)사람, (새)업체, (새)방법, (새)방식 등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따라야만 했다. 기존 사람들과 기존 업체들이 실패해 온 방식으로 함께 뒤섞여 준비를 한다면 내용이 같은 새로운 건축박람회 이름만 하나 더 만들어질 뿐 대한민국 목조건축과 산업을 오히려 망가트리는 촉매제만 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했다. 목적이 분명하면 준비과정부터 달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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