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하는 사람들은 늘 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건축하는 사람들은 늘 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공부 좀 해라."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귀에 박히도록 들은 얘기이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셨던 어머니는 공부에 한이 맺히셨는지 다른 얘긴 하나도 안하고 늘 공부하란 얘기만 하셨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은 어린 내겐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렸지만 그 덕분에 공부에 취미는 붙였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글을 쓰면 주로 하는 얘기 중 하나가 공부 하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며 점점 어머니를 닮아 가는 것 같다. 잔소리가 늘어간다. 더군다나 주택의 하자 문제를 다루다 보니 더 잔소리가 늘어간다. 어쩌다 보니 업계의 잔소리꾼처럼 되어간다. 오늘도 건축하는 사람들 제발 공부 좀 하라는 얘기의 반복이다.

왜 집 짓는 사람들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보도록 하겠다. 애들과는 달리 성인들은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으면 움직이질 않는다. 대신 일단 납득하면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특히나 돈이 걸린 부분에 대해선 변화가 빠르다. 건축분야는 공부 열심히 하면 돈 번다. 안하면 돈 왕창 잃는 일들이 생겨난다. 실제로 생긴 하자 사례만큼 좋은 얘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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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집은 지은 지 채 1년도 안 된 상태인데 벽을 깨고 있다.

깨지는 외벽과 함께 시공사의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왜 이런 일을? 그거야 당연히 문제가 생겼으니까! 건축 후 생긴 하자 문제는 업체들의 이익을 축소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리스크이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이다. 하자를 줄이면 돈을 벌수가 있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만 한다.


지은 지 겨우 1년 정도 된 집의 외벽을

왜 다시 뜯어야만 했을까?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서울 인근 신도시의 한 주택단지에 있는 지은 지 1년 정도 된 주택의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벽에서 물이 샌다는 것이다. 표현이 특이하다 보통은 창에서 샌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벽에서 샌다. 지난 1년간 시공사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손을 보고는 있는데 원인을 잘 모르겠고 해결도 안 되었다. 게다가 시공사와 창문 시공업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를 불러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이다. 뭔가 해보려고 노력들은 했으나 제대로 해결이 안 된 그런 문제들, 그런 의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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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을 받은 현장에 가보니 문제가 되는 부분에서 이미 석고보드와 단열재가 제거된 상태였다. 벽을 뜯어 놓았지만 원인을 모르니 다시 닫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집 주인 화딱지 날만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누수 되는 부분이 좀 특이했다. 위 사진의 노란색 둥근 원 부분에서 누수가 생겼다. 오른쪽 사진은 그 부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외벽에 물을 뿌려보니 물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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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런 위치에서 누수가 되면 위쪽의 창 모서리 부분에서부터 물이 흘러내려 오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누수 흔적을 찾아보면 위에서 아래로 흐른 흔적들이 대개는 나타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그런 흔적은 전혀 없고 그냥 벽체의 가운데 부분만 상했다. 그것도 오랫동안 젖고 마르는 것이 반복이 되었는지 OSB가 손가락으로도 뜯길 정도로 푸석해졌다. 이상한 일이다.

OSB를 손으로 뜯어내니 부스러지면서 떨어진다. 보통 OSB가 젖으면 곰팡이가 피면서 검게 변질이 되고 나무가 푸석해 지는데 그런 형태의 변질이 아니다. 뭐랄까 OSB의 접착성분만 사라진 듯하다. 나무 스트렌드들이 그냥 손으로 뜯어진다. 이런 경우는 젖었다 말랐다 많이 반복한 경우에 생기는 증상이다. 아무래도 햇볕을 잘 받는 남쪽 벽인지라 그런 것 같다. 마를 때는 또 바싹 말라버리니 곰팡이가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손으로 계속 파니 하얀색의 투습방수지 뒷면이 나온다. 그리고 보이는 투습방수지에 뚫린 구멍, 그 부분으로 물이 들어왔다. 이건 뭐고 어떻게 이곳으로 물이 들어올 수가 있었을까?


주름이 있는 스타코 드레인랩을 사용했는데도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또 특이한 점은 사용된 투습방수지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주름이 있는 드레인랩 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빌더들은 외단열시스템(EIFS)에선 투습방수지로 쭈글쭈글 주름이 있는 형태의 스타코 드레인랩만 사용을 해도 예전과 같은 스타코 하자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냐면 그 제품 자체가 기존의 외단열시스템에서 생겼던 하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코 드레인랩을 만드는 듀폰의 홈페이지를 보면 드레인랩은 스타코와 같은 EIFS 벽체에서 배수면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그루브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럼 물이 투습방수지 부분에 들어와도 그냥 흘러내려야만 한다. 중간 중간에 타카 구멍이나 피스 구멍 같은 것이 있어도 배수가 되고 건조가 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기존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눈 앞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왜? 어떤 문제 때문에 배수가 잘 이뤄지지 않고 물이 스며드는 증상이 나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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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벽을 다 뜯은 후에 찾을 수 있었다. 답을 찾는 과정이 많이 비싸다. 바로 위 사진과 같은 부분이 시공 중에 생겨나기 때문이다. 외단열재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그 밑에 시공된 투습방수지의 중간 부분에 수평으로 접히는 곳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곳에선 물이 아래로 원활하게 흘러내리지를 못하고 정체될 수 있다. 물이 투습방수지에 오래 머물게 되면 투습방수지는 방수 기능을 상실하고 물이 스며들게 된다. 게다가 그 부분 주변에 타카 구멍이나 화스너 구멍이 있다면 물은 더 빨리 스며들어가게 된다.

사진을 보면 접히는 부분 주변으로 누런색의 물자국이 넓게 만들어져 있다. 이건 물이 스며들어 뒤쪽의 OSB를 적실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뒤쪽으로는 곰팡이들이 생겨났던 자국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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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가 생긴 부분의 외벽에서 투습방수지까지 잘라낸 후에 본 상태이다. 구멍이 뻥 뚫린 부분이 실내쪽 벽체에서 봤던 구멍 부분이다. 그 부분에 단열재를 고정시키던 화스너가 투습방수지에 구멍을 내 놓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부분이 OSB가 서로 만나는 경계 부분이다.

또 그 옆엔 OSB 세 장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까지 있다. 그러니, 투습방수지를 통과해 스며든 물이 그 틈새에서 머무르며 사방으로 스며들기 좋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OSB를 자세히 보면 구멍을 중심으로 스며든 물이 넓게 퍼져 나가 만든 둥근 원 형태의 물자국도 보인다. 다른 곳에서 온 물이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서 누수가 생겨서 번져나갔다는 것이다.


이 외단열 벽체의 누수 하자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이 집의 외벽은 요즘 유행하는 롱브릭 타일을 사용한 외단열시스템(EIFS) 벽체이다.

롱브릭 타일은 기존의 스타코 마감보다 투습성이 더 높은 재료이다. 때문에 투습성이 높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존 시공 방식보다도 더 벽체의 배수와 건조 기능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이 사례처럼 기존 방식 그대로 드레인랩을 한 장만 사용을 하게 되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길수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소소한 취약 부분들이 변경된 재료의 높아진 투습성에는 버티질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료가 바뀌면 그에 따라서 시공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세심한 대비가 없으면 같은 일을 하고도 과거엔 없던 하자 문제에 직면할 수밖엔 없다.

이런 하자 문제는 비단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집들을 짓고 있는 미국에서도 관련되는 하자 사례들이 다수 발생 했었다. 또 그런 문제들에 대한 개선 방안도 이미 나와 있고 여러 번 소개하기도 했었다. 아마 그런 사실들을 알았다면 이 집을 시공하는 사람들도 이런 식의 시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랐기 때문에, 최신 기술을 배우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건축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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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브릭타일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스타코 벽체의 습기 문제를 예방하는 새로운 시공 방법은 ‘배수성을 높인 EIFS 시스템(Drainable EIFS System)’이라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습방수지 위에 한 겹 더 시공된 간격재이다. (그림에서 Drain mesh 부분)

성긴 수세미를 펼쳐 놓은 것처럼 생긴 이 간격재는 미국에선 타이벡 드레인벤트나 슬리커 등의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선 구하기가 어려운 재료이다. 하지만, 꼭 그림과 같은 재료일 필요는 없다.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라도 약간의 틈새만 더 만들어 주어도 문제는 많이 줄 일 수가 있다.

만일에 위 그림에서 스타코 마감부분을 롱브릭 타일로 변화를 줄 때는 아래 그림처럼 시공을 하기도 하지만, 하자문제에 민감한 어떤 빌더들은 투습방수지를 한 겹 더 시공해서 두 겹의 투습방수지를 시공한 후 그 위에 간격재를 또 시공하기도 한다. 벽체의 방수와 배수 그리고 통기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위 그림 정도만 제대로 시공을 해도 문제는 없다는 것이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의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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