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의 시대, 예전엔 괜찮았던 것도 이젠 문제가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발생을 한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고 타박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뭐든 몸으로 체험해야만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젠 그런 사람들 거의 사라졌다. 잊을만하면 뉴스를 장식하는 것이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여름철만 되면 우기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유래 없는 국지성 폭우에 시달린다. 예전에 없던 일이다. 세상이 변했다.

세상이 변하면 건축도 변해야만 한다. 이젠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강한 주택을 지어야만 한다. 자연재해에 강한 주택은 입지부터 다시 생각을 해야만 한다. 아무 곳에나 집을 지으면 아무리 잘 지어도 하자와 관련된 문제에 봉착을 할 수가 있다. 원인이야 뭐가 되었건 새로 지은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집주인들에게는 시공사에서 잘못해서 생긴 문제이다.

새로 지은 집에 균열이 생겨났다. 시공사에서 보수를 해 주었는데도 재발을 했다. 여러 번 고쳤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재발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발전을 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웃나라 일본에만 해도 흔하게 나온다. 그런 경우는 집이 문제가 아니라 그 집이 위치한 땅, 즉 지반에 원인이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입주한지 몇 달 안 된 새 집이 있었다. 거실 한쪽 구석에서 생긴 누수 문제 때문에 주택검사를 요청을 했다. 검사를 나가보니 누수가 문제가 아니다. 집이 기울어졌다. 누수야 고치면 되지만 집 기울어진 것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성토된 땅에 지어진 집인데 유난히 비가 많았고, 제대로 정리 안 된 기초 주변의 흙들이 많이 유실되었다. 그래서 집이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시공사에서 피해 보상을 해야만 할 수 밖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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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m 막대레벨로 간이 측정한 결과 벽이 3cm이상 기울었다.

 


 

기상이변 중 가장 큰 문제는 호우,

성토된 땅들을 무너지게 해

기상이변 중에서도 지반과 관련이 되는 가장 큰 문제는 호우이다. 많은 비가 내리면 멀쩡하던 곳들도 무너지기 시작을 한다. 그러니, 성토한 곳들은 더더욱 위험해 진다. 성토한 땅들이 많은 비에 위험해 지는 것은 아래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손대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땅들은 단단하기 때문에 땅속으로 흡수되는 물보다는 표면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물들이 많다. 반면에, 흙을 쌓아 새로 성토한 땅들에선 흙속에 공극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물을 흡수한다. 그렇게 흡수된 물과 흙은 서로 뒤섞여 있는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다가 물의 양이 너무 많아지거나, 땅을 흔드는 천둥이나 지진 등이 발생을 하면 그땐 물과 흙이 뒤섞이면서 반죽처럼 변하는데 그걸 액상화라고 한다. 액상화된 반죽은 액체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낮은 곳으로 움직이게 된다. 집이 침하하거나 지반이 무너지는 사태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 사태를 촉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성토된 땅 아래쪽의 원래 땅은 단단해서 물이 잘 흡수가 안 되는데 비해서 성토된 부분은 물을 잔뜩 흡수하고 있다 보니 그 둘이 만나는 경계면을 따라서 수막이 형성이 되고 그로 인해서 일종의 미끄럼틀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런 증상을 잘 볼 수가 있다. 성토된 부분만 흘러내리고 기존의 땅 부분은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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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없었던 호우는 그런 사태들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표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태 숫자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보라색 실선이 건수를 나타낸다. 2018년 서일본 호우 때 발생한 사태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젠 호우가 대비를 해야만 할 가장 시급한 기상이변 문제라는 것이다. 지진보다 호우가 더 문제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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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토된 땅이 안정화 되었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늘어나는 사태 문제 때문에 일본에선 집을 지으려면 지내력테스트를 받도록 하고 있다. 보강을 해야만 할 땅인지 아닌지를 집짓기 전에 미리 판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빌딩은 몰라도 주택은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성토된 땅은 무조건 피하고 집을 지을 수도 없다.

제대로 성토를 하려면 30센티미터 정도의 두께로 흙을 쌓고 롤러로 다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루떡 쌓아가듯이 시공을 해야만 한다. 보통 큰 도로를 공사할 때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한다. 하지만, 국내 주택지를 조성하는 현장에선 그런 식의 공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충 포크레인으로 경사면의 땅을 파서 반대편 콘크리트 옹벽의 뒷부분을 채우는 식으로 부지를 조성한다. 포크레인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땅을 다지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한다. 제대로 다져질 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성토된 땅은 3년 정도는 묵혔다가 집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 정도 기간이면 비도 오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지반이 어느 정도는 가라앉는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성토된 땅이 그나마 집을 지을 정도로 안정화가 되었는지를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사람들이 아직도 가라앉고 있는 땅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다져진 땅인지를 어떻게 구별을 할 수가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성토된 땅에 비가 올 때 물이 고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비가 올 때 물이 고인 웅덩이가 생기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땅이 어느 정도 다져졌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성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다짐이 충분하지 않은 땅들은 흙속에 공극들이 많기 때문에 비가 오면 그대로 흡수가 되고 땅이 가라앉으면서 갈라지는 부분들이 나타난다. 반면에 잘 다져지고 또 성토된 후 수년이 지난 땅들은 비가 오면 물이 잘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거나 물웅덩이가 생겨난다.

부지 안정화 관련 최우선 관찰대상은 바로 물이다. 위험성이 높은 연약한 지반은 물이 모이는 장소와 관련이 있다.

물이 모이는 곳은 취약하다. 물질의 단단함은 포함된 수분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비는 고지대에도 저지대에도 골고루 내린다. 하지만, 각각의 흙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고지대에 내린 비는 지표를 흐르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흘러내리거나 저지대로 보인다.

때문에 고지대의 지반은 물이 적고 말라 있기에 딱딱하고, 저지대의 지반은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리기에 연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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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토한지 1년된 땅인데 비온 직후 가보니

물이 다 흡수되고 땅이 갈라지고 있다.

 

부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변에 있는 주택들이다.

부지 주변에 있는 기존 주택들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지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건축 예정지에 인접한 기존 주택이 있다면, 그 집들의 외관을 자세히 관찰해 보는 것이 좋다. 우선은 건물 전체의 기울기를 본다. 원거리에도 비스듬해 진 것이 보이는 주택이 있으면 침하 대책이 필요하다. 거기에다가 외벽이나 기초에 크랙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기초나 창문 주변 등에 크랙이 있으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눈으로 봐서도 보이는 크랙이라면 건축시에 생기는 건조수축 등에 의한 실금 정도가 아니라면, 부동침하에 의해 생긴 크랙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주택뿐만 아니라 외관이나 도로의 상황도 관찰한다. 옹벽에 균열이나 균열이 있으면 옹벽 자체가 침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맨홀은 쇄석을 바닥에 깐 후 설치하기 때문에 맨홀 뚜껑이 도로위로 올라와 있다면 도로가 침하하였다고 판단할 수가 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하는 경우에는 기존 주택의 해체 전에 벽과 바닥의 레벨 등과 집에 생긴 크랙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지반의 상태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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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은 곳에선 견치석 옹벽이

콘크리트 옹벽보다 더 안전하지만...

일본에서도 전엔 주택지 옹벽붕괴는 지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요즘은 비정상적인 호우가 요인이 되어 옹벽이 붕괴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집중 호우 등이 빈발하는 시대의 집짓기에선 호우 리스크의 고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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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은 돌로 쌓은 것이 오히려 콘크리트 옹벽보다는 안전하다고 한다.

이유는 옹벽을 만드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콘크리트 옹벽은 아무것도 없던 곳에 성토해서 주택지를 조성할 때 사용이 된다. 흙이 무너지는 것을 버티기 위해 수직의 벽과 그 벽이 넘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바닥판이 L자 형태를 이루는 방식이다. 바닥판 부분을 무거운 흙으로 눌러 수직 벽이 넘어지려는 힘을 상쇄를 시키는 형태이다.

콘크리트 옹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닥판을 시공할 부분까지 일단 흙을 제거하고,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하여 바닥판과 벽을 만든 후 흙을 되메우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때 메워지는 흙을 제대로 성토를 하지 않으면 성토된 부분에 부동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콘크리트 옹벽에 되메우기된 땅은 균열이나 함몰이 잦다.

한편, 견치석 옹벽과 같은 경우는 절토된 부분에 비스듬히 쌓아 올리는 방식인지라, 땅을 파고 다시 되메우는 식의 과정이 없다. 때문에 콘크리트 옹벽보다는 부동침하 등의 걱정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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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된 견치석 옹벽 위에 추가로 옹벽을 증설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다.

이런 경우엔 기존 옹벽을 만들 때엔 생각하지도 않았던 압력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 옹벽에 균열이 생기기 쉽다. 그 균열된 부분으로 호우로 물이 들어가게 되면 붕괴의 위험성은 더 많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은 식으로 생긴 부지는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고, 집을 지어야만 한다면 옹벽 붕괴 등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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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존의 옹벽 앞쪽으로 또 다른 옹벽을 만드는 방식도 호우엔 많이 위험하다고 한다. 기존의 옹벽 부분이 앞쪽으로 성토된 땅을 미끄러지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일 경사지 옆에 집을 짓는다면

산사태로부터 안전한 곳에 방을 배치

어쩔 수 없이 집을 경사지 옆에 지어야만 한다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방은 안전한 곳에 배치를 하는 것이 좋다. 산사태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안전구역은 경사도에 따라 조금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경사면과 먼 2층 전면부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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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1번 부분이다. 집이 경사면에 가까이 붙어 있고 경사가 급한 경우라고 한다면 2층이라도 2번 부분은 위험하다고 한다. 액상화 된 흙들이 바로 이층을 직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