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제자리를 찾습니다>에서 공간의 제자리를 고민해보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그림책 <제자리를 찾습니다>에서

공간의 제자리를 고민해보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시골에서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공간이 서울에도 있으면 참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서울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여기 있는 것만큼 멋진 공간은 아닐 것 같다고 결론을 짓게 됩니다. 이 책방은 시골에 있음으로 인해 찾아온 손님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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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뒤코스의 그림책 <제자리를 찾습니다>는 연못을 사랑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연못이 있을 곳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못의 땅 주인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서 연못을 없애기로 합니다. 할아버지는 연못을 둘둘 말아 연못이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아파트, 학교, 쇼핑센터, 공원 등등 다양한 장소들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도 연못을 원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기차를 타고 아주 외진 곳에 있는 마을로 갑니다. 그리고 그 근처 작은 교회에 있는 정원에 연못을 펼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연못을 찾으니 연못을 즐기고 있는 할머니와 만나게 됩니다. 그 둘은 함께 새로운 연못의 자리를 만들어 즐거운 여생을 보낸다는 이야기로 그림책은 마무리 됩니다.

제자리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신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 갖춰져 있는 곳을 제자리라고 할 수 있다면 건축에 종사하고 계신 모든 분들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보금자리’이자 ‘제자리’를 만들고 계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에서 그림책 속 할아버지의 방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건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더 많은 종류의 가치관이 집이라는 공간에도 얽히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찾아간 여러 공간들은 연못이라는 다양성 중 하나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건축도 이제 일률적인 모습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 담기며 더욱 다양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집에 관련한 더 많은 요소들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제가 시골에 있는 책방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림책 속 할아버지가 새롭게 찾은 연못의 제자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집을 짓는 모든 분들을 응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