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흘러도 누구나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집을 짓자

집 지을 때 방수, 단열, 전기, 설비만 잘 되어있다면 살면서 크게 수리할 만할 일이 없다.

집에서 발생하는 큰 문제나 하자는 이 네 가지 부분에 연관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방수, 단열, 전기, 설비는 잘 시공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복잡하지 않게 시공해야 한다.

집을 짓고 10년, 길게는 15년 뒤 단순히 수리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니 무조건 그런 일이 생긴다.

그럴 때 아무 기술자나 업체가 오더라도 간단히 손을 보되 원상복구 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 집을 지어줬던 시공사가 10년, 15년 뒤에도 남아있으리란 법은 없으며, 남아 있다 해도 하자보수에 대한 의무는 2~3년에 불과하다.

한솔건축 경험담으로,

내 외부 기밀공사 진행, 에코필 단열재 사용 등 정말로 신경 써서 지었던 고단열 고기밀 주택인데 지어진 지 7년이 지난 후에 애초부터 잘못 시공된 부분에서 하자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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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은 도면의 원안에 따라 물받이 선홈통이 외장재 내로 매입된 디테일이 적용되었던 현장이다.

경량목구조 140mm 벽체 외부로 프로클리마 투습 방수지를 시공했고 그 위로 선홈통을 설치, 그리고 세라믹 사이딩으로 마감한 뒤 선홈통이 보이지 않도 록 그 부분만 디자인적으로 징크 마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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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홈통 디테일 그림

예쁜 디자인을 위해 선홈통을 눈에 띄지 않는 내부에 위치시킨 디테일이었고 결론적으로 좋지 않은 디테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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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 당시 사진


하자 원인 및 피해 확인

하자가 발견된 부분의 외장재를 뜯어보니 외장재 내로 매입된 선홈통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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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구멍으로 조금씩 샌 물이 외장재 고정 철물의 피스를 통해 구조재까지 수분이 유입된 것으로 보였다.

그로 인해 구조재 일부분이 손상되어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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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 세라믹 사이딩 자재 특성상 목분과 시멘트로 이루어져 있어,

내부에서 수분 문제가 발생하니 목분이 불어 터지며 하자는 외부에서 먼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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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수분이 목구조 내부로 유입되었지만 인텔로 투습 방습지 시공이 되어있어 실내에는 눈에 띄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내부 기밀이 너무 잘 되어있어 하자 사실을 늦게 알아차린 셈이다.


하자 보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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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그대로 프로클리마 투습방수지를 시공했고,

기밀 테이프는 로쏘블라스 제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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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재 내부에 매입 되어 있던 금속 선홈통은 제거하고 외장재 밖으로 PVC 배관을 설치했다.

결국 하자 원인을 찾아내 보수를 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수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무 업자가 와서 이 집을 수리할 수 있을까?’

‘처음에 했던 스펙 그대로 보수할 수 있을까?’

‘이런 고기밀, 고단열, 특수한 시방으로 지어진 집은 소수의 업체만 손을 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찾아보면 수리를 해주겠다는 업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에너지 주택, 고기밀, 고단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수리할 때 ‘무슨 집을 이런 식으로 지었냐’며 한 마디 할 수도 있고, 그 말을 들은 건축주는 집을 잘 못 지었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고단열, 고기밀 주택에는 지켜야 할 디테일이 상당히 많다. 열교차단, 기밀성능을 얻기 위해 특이한 시방, 특수한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시간이 많이 흐르면 설계자도 시공자도 책임을 져주지 않고 오로지 건축주 몫이 되어버린다.

쉽게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가 평범하게 타는 일반 차량은 수리가 필요할 때 근처 카센타에 가면 손 봐주지만, 차주 요구에 의해 맞춤으로 제작된 차량은 쉽게 수리해 주는 곳을 찾기가 힘든 것과 비슷하다.

특이한 시방과 수입된 고급 자재 등을 적용하는게 잘못되었다, 틀렸다는게 아니라 미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쉽게 보수할 수 있는 디테일을 적용하는 등 적절한 중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수많은 하자를 겪어봤지만, 이런 식으로도 하자가 발생하는구나 나 또 한 번 느낀다. 무엇이든 경험해 보아야 대처하는 방법을 알 수 있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시공사도 물론이지만 설계자도 미래의 생각하여 설계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을 짓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라면

반드시 단순 교체나 수리해야할 일이 생기게 되어있다.

관리가 쉬운 집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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