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주택의 빗물 누수 하자 담보 책임기간이 무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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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빌더협회 NAHB와 IRC 규정을 만드는 ICC에서 발간한 주요 테크노트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테크노트는 미국 건축규정인 IRC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서 빌더들에게 관련된 내용의 빠른 전파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자료입니다. 2015년 이후 8개의 테크노트가 만들어졌고 그중 국내 빌더들에게 꼭 필요한 자료들만 소개할 예정입니다. 원문은 ICC 홈페이지(www.iccsafe.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일본에선 주택의 빗물 누수 하자 담보 책임기간이 무려 20년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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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미지역의 목조주택 건축에만 신경 쓰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목조주택 건축업계엔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국가 주도의 주택품질 개선작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1995년의 한신대지진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을 했다. 더 이상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겪지 않겠다고 전 국민이 다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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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은 주택건축관련 법과 제도를 ‘안전안심’, ‘성능’, ‘환경’을 기본 축으로 삼아 일대 변화를 추구했고, 그 결과물로 2000년 「주택의 품질 확보의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품확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의 3대 핵심 내용은 주택 성능 표시제, 분쟁처리 체제의 정비와 함께 신축 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의 대폭 강화이다. 특히 구조 부분과 빗물누수 하자 담보 책임을 10년으로 강화했다. 특히, 이전엔 구조 문제와 달리 경시되었던 빗물누수 하자담보 책임이 단 한 번의 조치로 10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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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니다.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 일본의 대법원에서 빗물 누수의 경우 품확법에 추가하여 10년을 더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루어졌다. ‘건물로서의 기본적인 안전성을 해치는 하자’는 불법행위로 보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예로서 ‘구조적 몸체의 하자와 누수의 발생’을 꼭 집어 지목한 것이다. 부실시공에 대해선 건축법이 아니라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의 시효는 「20년」이라고 한다. 즉, 신축주택은 최초 인도할 때부터 20년에 걸쳐 부실시공에 대한 결함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덕분에 빗물누수는 이제 일본에선 20년 하자보증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일본의 하자담보 책임 기간을 왜 우리가 신경 써야만 할까?

아마도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왜 우리가 일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만 할까? 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 말이다. ‘우리나라 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변화의 트렌드와 또 우리나라의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보면 이게 그냥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아무 일 없이 지나 갈 수가 없는 상황이란 것을 알게 된다. 큰 불은 원래 옆으로도 잘 번져 나가는 법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일본법을 따라 만든 것들이 많다.

특히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법들은 대부분 일본의 법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자면 하자담보책임이란 단어 자체도 우리나 일본이나 똑같다. 즉, 우리나라의 법을 이루는 기본적인 정신이나 조항들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일본법이 우리 법의 모법이다. 그런데 그 모법이 변한 것이다. 게다가 그 변화의 방향이 소비자 보호이다. 즉 시대적인 트렌드가 반영이 된 것이다. 그건 조만간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식으로 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날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미리 트렌드를 알고 대비를 해야만 한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알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하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 실제로 하자 담보책임 기간이 1년에서 10년, 또 20년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일본의 시공업체들 중엔 법적인 기간보다 더 길게 30년, 40년 심지어는 60년까지 A/S를 한다는 광고를 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모든 것이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리나라에도 그 정도의 시공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집을 짓는 업체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품확법에서 10년 하자담보책임을 부여한 부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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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확법에서 단독 신축주택에서 10년 하자담보 책임을 묻는 부분들은 그림과 같다. 구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초와 골조 부분과 그림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에서 생기는 빗물 누수 문제이다. 지붕과 외벽 그리고 개구부가 그 대상이다. 세 부분에서 빗물이 실내쪽으로 스며들면 하자담보책임 문제이다. 돌출된 테라스 같은 곳에서 그 아래로 새는 것은 10년 보장 대상이 아니다. 누수라고 다 같은 문제가 아니다.

빗물누수가 골조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취급을 받는 것은 빗물이 침투하면 구조재까지도 문제가 되는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 목구조에선 부재간의 연결부분이 구조 안전에 중요한데 빗물 침투로 연결부가 상하면 골조 전체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 아예 빗물누수 문제도 구조관련 하자 문제로 간주해 버린 것이다. 여러 차례의 지진 피해 현장에 대한 조사결과 아래 사진 같이 목구조 안전의 핵심인 연결 부분이 누수 문제로 상해 그 기능을 상실한 것들을 많이 목격한 것이다. 물을 막지 않으면 구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품확법이후 일본주택에서 하자 발생을 감소시킨 3대 변화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1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는 폭탄을 맞은 일본 주택건축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나름 의연하게 잘 대응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자책임보험 등의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시공방식도 하자가 적게 발생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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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확법 이후 일본의 주택건축 시공방식에 크게 3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것들이 하자가 적은 집을 짓는 기본적인 기술이라는 얘기이다. 이 3가지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도 하자보증을 10년 해도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지고 보편화 된 건축기술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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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레인스크린시스템, 벤트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벽과 지붕의 환기공법이다.

벽과 지붕에 습기를 배출하고 건조를 돕는 빈 공간을 만들어 둔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통기구법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투습방수지의 사용이다.

방수 기능뿐만 아니라 습기의 배출을 조절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벽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을 해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건식 공법의 사용이다.

기존에 벽에 직접 몰탈 등을 사용해서 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피스, 클립 등을 이용해서 외장재를 고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켜왔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요즘 지어지는 일본 주택의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에 빗물 누수문제를 키워 온 청개구리도 있었으니...

처마 없는 지붕

일본 건축기술의 3대 변화만 보면 하자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세상은 그리 또 단순하지가 않다. 상 받아 오는 자식이 있으면 사고치고 오는 자식도 있는 법이다. 시공법은 누수 하자를 줄이는 쪽으로 변화를 하고 있는데 반대로 디자인은 누수 문제를 늘리는 쪽으로 변화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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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지적되는 처마가 없는 또는 짧은 지붕 문제이다.

거기에 박공지붕은 줄어들고 선호도가 높아가는 일자모양의 쉐드(shed) 지붕도 문제이다. 그 둘이 합쳐지면 빗물 누수가 발생하기 쉬운 집 모양이 만들어진다. 시공사는 열심히 누수 문제를 줄이려고 애쓰는데 디자이너는 반대로 누수가 많은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 일본 주택관련 통계에 의하면 처마가 없는 지붕이 처마가 있는 지붕보다 물이 더 잘 새고, 물 새는 지붕 중에선 일자형 지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한다. 빗물 누수를 줄이려면 디자인 선택에 주의해야만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시공할 때 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주택 내구성 강화 연구들에 특히 주목이 필요

관련하여 일본 목조주택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연구들이 또 대대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다. 우리도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의 움직임과 동향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더불어 우리도 이전의 일본처럼 단명 주택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필요하다.

애당초 잘못 지어진 주택은 고치기도 어렵고 고쳐도 잘 지어진 집만 못하다. 그래서 그런 주택들을 ‘단명주택’이라고 부른다. 품확법이전 일본 사람들의 목조주택에 대한 예상 수명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략 25년에서 30년 정도를 목조주택의 수명으로 봤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중고주택이라고 부르는 오래된 주택들은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질 못하고 또 헌 집은 그저 헐고 다시 짓는 것이 좋다는 식의 사회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런 문제도 품확법을 통해서 개선을 하고 있다. 단명주택이 아니라 장수명 주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