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네! 왜 벽돌 벽의 줄눈 뒤쪽이 비어 있을까?

이년 전 신축한 주택의 주인이 여름철 비만 내리면 창문 위쪽에서 누수가 되는 곳들이 많다고 주택검사를 요청을 했다. 먼저 받아본 설계도면과 시공 중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대충 무슨 일 때문인지 감이 온다. 시공하는 사람들이 외장벽돌 부분을 방수층으로 착각을 하여 생기는 흔한 누수문제이다. 창문 시공할 때 테두리부분 방수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이와 같은 벽돌 외장벽체의 창문 누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선 흔한 문제이나, 목조에선 매우 드물다. 창문을 시공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이 많이 샌다는 창문 위쪽의 벽돌 표면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줄눈에 크랙이 생긴 부분이 보인다. 무심코 두드려봤다. 그랬더니 기대했던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맑고 경쾌한 울림이 들린다.

‘뭐야 이건? 속이 비었다는 얘기인데... 왜?’

의문은 탐구의 출발점이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png

 

줄눈과 벽돌도 분리된 곳이 많고, 금이 간 줄눈 뒤쪽으로는 시멘트 몰탈이 채워지지가 않은 빈 공간이 있었다. 그래서 표면을 타고 흐르던 빗물이 벽돌 뒤쪽으로 쉽게 스며들어 가서 창문 위쪽으로 흘러내리고, 그 물이 실내까지 유입이 되는 현상이 발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줄눈 뒷부분이 시멘트 몰탈로 꽉 채워지질 않고 빈 곳이 생긴 것일까?


줄눈 뒤쪽이 비어 있는 이유,

당연히 부실시공 때문이지만 왜?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걸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된 것과 비교를 하는 것이다. 벽돌건축 기법이 발달한 나라들은 유럽에 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건축교재에 나오는 벽돌 쌓는 방식의 이름이 영국식이니 화란식이니 하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시공하는 동영상 자료를 찾아봤다. 벽돌 쌓기의 원조 격인 나라에선 어떻게 시공을 하나 보려고 말이다. 이후 국내에서 시공하는 동영상들에 나오는 방식과 비교를 해봤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png

비슷해 보이는데 한 가지 큰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하! 바로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우린 대부분 잘못 시공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 동안 눈에 안 띄었던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시공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늘 보던 모습이다. 그러니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4.png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5.png

위의 해외시공 이미지들과 함께 비교하면서 찾아보기 바란다. 의문과 관찰은 배움의 기본이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 후딱 뒤로 넘어가지 말고 앞의 사진과 비교하면서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6.png

 

못 찾아도 괜찮다. 원래 잘 모르는 것들은 눈에 들어오질 않기 때문이다.

모를 땐 눈앞에 가져다 놓아도 알 수가 없는 법이다. 앞에 있는 사진과 뒤에 나온 시공 장면들과는 아래 사진의 녹색 원 부분, 즉 마구리면에 시멘트몰탈을 붙였는지 아닌지에 차이가 있다. 앞의 사진은 몰탈을 안 붙였기 때문에 벽돌 사이가 떠 있고, 뒤의 사진들은 몰탈을 붙였기 때문에 벽돌 사이에 시멘트몰탈이 꽉 들어차 있다.

영국에서 시공하는 동영상들을 보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벽돌 마구리면에 몰탈을 안 붙이고 시공하는 장면들이 없다. 다 측면에 몰탈을 붙인다. 왜 그렇게 시공을 할까? 이유는 당연히 몰탈을 안 붙이고 시공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시공할 때 세로줄눈 몰탈을 제대로 붙이지 않고 시공하면 생기는 문제를 이렇게 정리를 한다.

벽돌과 벽돌사이의 틈새를 꽉 채우지 않아

빈 공간이 있으면 크랙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그런 크랙으로 물이 쉽게 침투 한다.

당연히 구조적으로도 취약하다.

 

벽돌사이 줄눈을 시멘트 몰탈로 제대로 안 채울 경우

벽체의 강도가 33%나 감소한다.

 

때문에 몰탈을 안 붙이고 시공하는 것은

시공하자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선 어떨까? 우리도 원칙적으로 보면 시공하자이다. 하지만, 워낙에 그런 식으로 시공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 눈 감고 못 본 척 할 따름이다. 벽돌조적 방법에 대해 기술된 책자들이나 시방서 등을 찾아보면 전부 다 마구리면에 몰탈을 부착해서 밀실하게 쌓으라고 되어 있다.

밀실하게 쌓으라는 말은 빈 공간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이다. 당연한 얘기이다. 그래야만 조적된 벽체가 튼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식의 시공이 아닌 잘못된 시공방법이 마치 제대로 된 시공방식인양 여겨지게 되었을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아마도 벽돌조적 일을 하도급하는 방식이

부실시공 유발의 원인이 된 듯

추정컨대 우리의 조적방식이 이렇게 잘못되어 버린 것에는 경제적인 요소가 분명 작용을 했을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에 나오는 그레샴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벽돌 조적에도 그 법칙이 적용된 것 같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원칙대로 시공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못 벌고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밖엔 없는 하도급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통 우리 건축현장에서 조적 일을 맡길 때 비용 계산은 벽돌 한 장당 얼마 하는 식이다.

사용된 벽돌을 하나하나 셀 수가 없으므로 현장에 들여온 총 벽돌 개수에서 사용하고 남은 벽돌 수를 뺀 후 장당 단가를 곱해서 지급할 전체 비용을 계산한다. 그런 지급 조건하에선 빨리 시공을 하고 다른 현장으로 일하러 가는 것이 돈을 버는 방법이다.

시공 속도가 곧 돈이다. 시공을 빨리 하기 위해선 공정 중에서 안 해도 티가 나지는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을 줄이는 것이다. 나중에 건축주 등이 봐도 잘 모르는 그런 부분이어야 한다.

그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과정이 벽돌 마구리면에 시멘트몰탈을 바르는 일이다. 몰탈을 제대로 바르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식으로 버터 바르듯이 해야하기 때문에 무려 손이 네 번이나 가야만 한다. 이 공정을 안 하면 시공하는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질 수밖에는 없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7.png

게다가 이렇게 바르지 않아도 윗부분에 사용할 몰탈을 펴는 과정에서 조금 흘러내려 채워지기도 하고, 또 줄눈을 넣는 후속공정이 있다 보니 가려져 나중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은 정해져 있다. 빨리 빨리 대충하자!

부실은 또 다른 부실을 유발하는 법이다.

시공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한 가지 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 했다. 바로 하루 조적 허용높이를 슬쩍 무시하는 것이다. 시방서엔 최대 하루 1.2미터에서 1.5미터 이상은 쌓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씩 더 쌓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 날도 좀 더 높게 쌓는다. 그런 식으로 하면 하루나 이틀정도 공정이 더 빨리 끝낼 수가 있다.

그게 편법으로 조적하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법이다.

제대로 시공하는 사람들은 그런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못 번다. 그러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편법으로 옮겨 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내 추론이다.

조적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줄눈을 넣을 때 빈틈이 메꿔진다고 주장을 하지만, 부실하게 시공된 부분은 줄눈을 넣은 사람들이 보완을 할 수가 없다. 줄눈을 넣을 때는 뒤쪽의 빈 공간 깊숙이까지 줄눈용 몰탈을 밀어 넣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푸석하게 반죽이 되는 줄눈용 몰탈은 표면에서 가까운 쪽이나 조금 메워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줄눈을 또 깊게 넣으려고 하다간 줄눈의 깊이가 들쑥날쑥해져 버린다.

줄눈 시공하는 요령 중에 너무 힘주어 밀어 넣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처음 빈 곳은 나중에도 그대로 비어 있는 상태로 시공이 끝이 날 수 밖엔 없다. 때문에 두들겨보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벽돌 조적이 부실해지면 늘어나는

하자문제들에는

몇 년 전엔가 학교 건물 외벽의 벽돌들이 무너져 내린 일들이 있었다. 그때는 고정용 철물을 제대로 시공을 안 했다는 식의 얘기만 있었다. 과연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때도 벽돌 사이에 제대로 시멘트 몰탈을 채우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몰탈이 꽉꽉 채워지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 지어진 외부마감을 벽돌로 한 건물들에서 누수가 더 많이 생기는 것도 몰탈 부실시공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몰탈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크랙이 더 많이 가고 빈 공간들로 인해서 제대로 시공한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이 벽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밖엔 없기 때문이다.

5.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8.png

몇 년 전에 지붕에 시공된 히든거터에서 누수가 생긴 집이 있었다. 그 때 누수여부를 확인하느라 지붕에 물을 뿌렸었다. 놀랍게도 물 뿌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외벽의 벽돌 사이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다시피 해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땐 원인을 잘 몰랐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그 집도 벽돌 사이의 틈새가 제대로 메꿔지질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