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마을과 건축 그리고 소설을 연결 짓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마을과 건축 그리고 소설을 연결 짓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지난 10월, 저는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나고야에서 시작해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녔고 흔한 여행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멋진 풍경들을 눈에 담고 올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다카야마라는 지역에서 공무원을 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들리겠다는 소식을 전하니 친구는 ‘오가와 요코’씨의 북콘서트가 제가 오는 시점에 열린다고 소개해주면서 함께 가자고 제안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카야마에서 한 시간을 더 달려 산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가미오카 마을에서 북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마을로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북콘서트를 듣고 나니 왜 이 마을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가미오카라는 마을은 도쿄대학에서 진행 중인 중립 미자 중력파 실험연구소가 지어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오가와 요코 작가는 과거 작품 활동 중 이 마을에 들려 연구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후 작가만의 장르를 찾아낼 수 있었고 이를 발전시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북콘서트에는 실험연구소 담당자까지 참여해 과학과 소설, 그리고 가미오카 마을의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 오월의 푸른 하늘.png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일 단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지겨워지고 힘들어졌을 때, 단어가 아닌 숫자와 공식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그들(수학자 또는 과학자)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게 빛나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설 속에 수학과 과학의 아름다움을 집어넣어보고자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가미오카라는 작은 마을에 세워진 건축물과 그 마을에 우연히 들리게 된 소설가가 이 마을을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에는 가미오카라는 마을이 실제 배경으로 등장해 세워지고 있는 연구소에 대한 묘사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가의 글 속에서는 건축물 또한 영원히 이야기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수학자와 과학들이 사용하는 숫자와 공식에 아름다움이 있듯이 건축은 그 이상을 표현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임이 확실합니다. 건축은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가와 요코 씨가 연구소를 보고 자신의 글쓰기 방향이 잡힌 것처럼 우리가 지어가는 모든 건물들은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