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의 <긴긴밤>을 읽고, 초록이 일렁이는 바다를 생각하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루리의 <긴긴밤>을 읽고,

초록이 일렁이는 바다를 생각하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책방지기가 유학을 결심했을 때,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를 하나 꼽자면 그것은 바로 ‘탈출’이었을 것입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로 느껴지면서 한없이 위축되고 있을 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혼자서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찾아보기 위해 유학을 떠났습니다.

떠나고 나서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게 되고 스스로가 얼마나 게으르고 평범한 인간이었는지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일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저라는 사람은 점점 단단해졌고 더 먼 곳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된 듯합니다. 경험이란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멋진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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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번 책 <긴긴밤>은 코끼리의 무리에서 자라난 코뿔소가 밖으로 나가 세상이라는 벽과 부딪히며 사랑하고 상처입고 베풀며 살아가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분노만이 가득해진 주인공이었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뜻이 이어 나아가려는 펭귄과 만나 ‘파란색 지평선’, 즉 바다를 향해 여행을 시작합니다.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가 내 바다야.”

“나도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넌 네 바다를 찾아가야지.”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 줄게. 오늘 밤은 길거든.”

 

루리, <긴긴밤>

 

주인공은 혼자 남은 작은 펭귄을 위해 바다로 향합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동물이었지만 함께 걸으며 가족이 되어 갑니다. 초록이 일렁이는 바다, 초원을 향해 자신이 있어야 할 곳과 작은 펭귄이 나아가야 하는 곳을 알려줍니다. 펭귄은 함께 있기를 원하지만 주인공은 그의 작고 여린 마음을 감싸주면서 더 멋진 펭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꿈을 심어줍니다.

주인공은 편하게 지냈을지도 모르는 코끼리의 무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비록 그 선택은 주인공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 되지만 주인공은 그 고통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사람은 성장해야 하고 기술은 발전해야 합니다. 더 나은 곳을 바라볼 줄 알고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작은 공간에 갇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책방지기가 멈추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간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이 안락한 무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떠난 것처럼, 비록 그곳에 고난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부딪히고 맞서 싸워야 성장과 발전이 뒤따라 올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 작은 펭귄은 바다를 발견합니다. 바다는 작은 펭귄에게 끝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일 것입니다. 상처받고 힘들어 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성장하면서 고통을 나눴던 주인공과 다른 이들의 기억이 있기에 버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함께 힘을 내며 나아간다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지금을 견뎌낼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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