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인 실수가 집의 내구성에 치명상을 입힌다.

초보적인 실수가

집의 내구성에 치명상을 입힌다.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북미식 경량 목조주택,

표준화된 자재와 전동 공구를 사용하는 매뉴얼화된 집이라는 특징 때문에 집짓기에 대한 열의에 불타는 많은 아마추어들이 건축에 참여하였다.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은 적었고, 대개는 기본적인 교육정도 받고 현장에서 실습삼아 일 하면서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또 그런 사람들 중엔 다른 사람들의 현장에서 서너 채 정도 집을 지어 본 후에 바로 독립해 본격적으로 건축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몇 년 전에 국내에서 목조건축을 하는 업체의 수가 대략적으로 1,500여개가 넘는다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당시 연간 신축 목조주택의 수가 만여 채를 조금 넘어가던 시절이다. 그러니, 상당수의 업체들이 연간 2~3채 정도 짓는 영세업체들이라고 했다.

열정에 넘치는 초보 업자들이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격밖엔 없다. 지금은 그나마 제값주고 짓겠다는 분들이 많이 늘었지만, 예전엔 안 그랬다. 많은 경우 집 짓는 기술이 뛰어나느냐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아는 사람인지 평당 얼마인지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업체의 기술수준을 알 수도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과연 그렇게 선택된 업체나 사람들이 지은 집들이 괜찮았을까?

더군다나 저가 경쟁을 해서 지은 집들은 문제는 없었을까? 그 답은 이미 알고들 계실 것이다. 낮은 주택 품질문제는 목조주택 시장의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여전히 작용을 하고 있다.

주택검사를 나가 살펴본 집들은 상태가 많이 불편하다.

그나마 검사를 나가는 집들은 최근에 지어진 집들이 많고, 나름 큰 업체나 잘 짓는다는 사람들이 지은 집들인데도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택검사를 의뢰하는 정도의 집들은 건축비가 제법 들어간 경우들이 많다. 그래도 그런데 비용을 아끼며 지은 집들 중엔 아쉽지만 상태가 많이 험악한 경우들도 여럿 보았다. 집 짓는 사람이 자기 돈 내서 지어 주었을 리가 없다. 빨리 고쳐야만 하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 방치하다보니 집은 더 망가지고... 주택하자 문제도 빈곤의 악순환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집들을 살펴보면 모든 것을 다 잘못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몇 가지 실수를 했을 뿐이다. 큰 실수도 아니다. 초보적인 일들이다. 제대로 배웠다면 아니 모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시공을 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작은 실수들, 몰라서 저지른 작은 일들이 모여 큰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공하는 사람의 건축 관련 지식 부족이 문제를 만들어낸 큰 원인이데, 그게 지금도 계속 반복이 된다. 왜냐면 피드백을 받지 않고, 공부를 더 하지 못하고 그냥 예전에 했던 일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예전의 집들은 좀 단순했기 때문에 실수가 많았어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늘어나는 고기밀 고단열 주택의 경우엔 집들이 많이 민감하다. 그 얘긴 작은 실수 하나가 큰일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빌더는 점차 설 자리가 없다. 관련하여 작은 실수가 어떤 큰 문제를 만들어 내는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내력벽에 대한 개념만 조금 있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텐데...

벌써 육칠 년 전의 일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검사를 나간 집의 이층 거실의 창가에 앉아서 바깥 베란다에 흥건히 고인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수 문제 때문에 방수 공사를 새로 했다고 하는데 원인파악이 잘못 되었다. 이건 누수가 원인이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다. 잘 모르면 엉뚱한 일들만 반복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이다. 줄자를 꺼내 도대체 창밖으로 물이 얼마나 고였는지를 재봤다. 한 3센티 정도 고였다. 물위엔 비 그친 하늘의 구름이 옅게 비치고 있다. 이건 어떤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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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자동적으로 수평을 이루는 물질이니, 지금 이 상황은 거실 창 쪽이 배수구 부분에 비해서 3센티가 낮다는 얘기이다. 배수되어야만 할 물이 창 쪽에 고여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랬을 리가 없다. 베란다 만들 때 물 잘 빠지라고 배수구 쪽으로 경사를 만들지 창 쪽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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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집 지은 후에 창틀 부분의 바닥이 밑으로 처진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이 생겨났다. 넓은 거실을 만들면서 2층 외벽 아래에 있어야만 할 내력벽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옆으로 이동을 시켰다.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간과한 것이다. 바닥은 처지고 누수가 발생을 했다. 하자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을 아는 것은

올바른 시공의 기본

사용하는 재료가 적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지식은 시공의 기본이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공부터 해 놓는다. 빨리 마무리 하고 다른 곳에 일하러 가야만 한다는 생각밖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일로 이의 제기를 당해서 수리를 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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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재료를 선택하여 시공하면 이런 일도 생겨난다.

짐작컨대 아마도 좀 더 마감을 깔끔하게 하려다가 생긴 사태로 보인다. 하지만 사용하는 재료 분리대의 재질을 잘못 선택했다. 녹이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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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비슷한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이 된다.

이 집은 외벽 모서리 부분들이 곳곳에서 녹이 나고 갈라지는 증상이 생겼다. 이유는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두 사례 모두 재료분리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안 생겼을 문제이다. 시공자의 열의가 넘치다보니 생긴 일이다. 깔끔하게 마감하려고 시도를 했는데 재료를 잘못 선택했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지식이 함께 해야만 결과도 좋다.


뭐 별 일 있겠어 하고 저지른

소소한 실수들이 모이면 큰 일이 되는 법

꼼꼼하게 시공하라는 얘기는 늘 듣는 얘기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어린 시절 반복되던 어머니의 잔소리 정도로 간과하고 시공을 하는 분들이 있다. ‘조금 신경 덜 써도 뭐 별 것 있겠어.’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과는 달리 별 일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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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 주변에 스프레이폼 대충 쏴도 알아서 부풀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위 사진을 잘 보시기 바란다.

스프레이폼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밝은 빛은 무엇일까? 창 주변엔 저팽창스프레이 폼을 사용을 하고, 또 폼은 기온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꽉꽉 채우지 못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그건 바로 누수문제로 연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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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철제 난간대 아래쪽 고정된 부분에 캡이 있다. 이 작은 캡의 아래쪽으로 철재 난간이 꽂힌 부분은 실링처리를 하고 또 캡을 씌운 다음에도 실링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작업하다가 지겨워서 그랬는지 더위 먹어서 정신이 없었는지 어딘 실링처리를 하고 어딘 안하고... 들쑥날쑥이다. 이 부분의 아래쪽 창문쪽에 누수가 생겼는데 이것과는 상관이 없을까?


실수엔 국경이 없는 법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한 실수를 반복 중

주택의 하자문제는 국경을 가리질 않는다. 정교하게 집을 잘 짓는다는 평을 받는 일본에서도 하자문제는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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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 비슷한지라 집 지으면서 하는 실수도 비슷하다. 그쪽도 현장 인력 교육을 해야만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충분하게 교육을 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위 사진은 니케이 아키텍춰에 올라왔던 창문 시공 하자이다. 이거보고 바로 전에 검사했던 집을 떠올리며 실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가 문제일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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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국내에서 접했던 현장 모습이다. 창의 형태는 좀 다르지만 같은 상황이다. 이것도 똑같은 시공상의 문제점을가지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창틀을 직교하는 벽체에 바짝 붙여서 시공을 하면 그 부분은 제대로 마감작업을 할 수가 없다. 보통 창문 주변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후레싱을 설치하여 빗물처리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저런 곳들은 그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질 못한다. 누수 등의 문제가 생기기 쉬워진다.


사람인지라 실수를 없앨 수는 없으니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중요

이런 실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지속적으로 반복이 된다.

노력하면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지는 못한다. 왜냐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수하는 동물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숙련되지 못한 인력들이 건축현장에 수시로 투입이 되는 환경이라면 실수의 빈도수는 늘어날 수밖엔 없다. 그런데, 지어지는 집들은 점점 더 민감한 집들이다. 주택의 내구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렇다고 헤어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지을 때 한 실수는 살면서 고치고 보완해 나갈 수가 있다. 다행히도 집은 웬만한 일들은 버틸 수가 있는 기본적인 내구성들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건축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편리한 집이어야만 한다. 집주인들도 집은 완성 후에도 지속적으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시공사들이 집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방법도 알려주어야만 하는 시대이다.

또한, 입주 후에 이어지는 유지관리 단계에서 시공 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도 있다.

작은 징후가 생겼을 때 큰 문제로 번져가기 전에 보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물의 내구성 문제는 유지보수의 용이성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선 시공할 때의 실수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유지관리가 용이한 집을 짓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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